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13일 광주광역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지원단체가 일본기업이 아닌 한국기업 기부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외교부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3·여)씨는 13일 광주광역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달 말 우리 정부가 일본 기업의 강제동원 책임을 면책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교부는 지난달 피해자(양금덕)에게 여러 차례 면담 요청을 했다. 이는 절차적 명분을 갖추기 위한 요식행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외교부는 지난해 7월26일 미쓰비시중공업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명령 재상고심을 다루는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재판에 개입해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의 강제집행 권리행사를 가로막았다”며 “지난해 12월에는 양금덕 할머니의 대한민국 인권상과 국민훈장을 수상하지 못하도록 개입했고 이유를 묻는 민원 질의에는 두달이 되도록 답변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외교부는 지난달 12일 열린 국회 토론회는 발제문을 늑장 공개하는 등 졸속으로 치렀다”며 “정부가 무슨 염치로 피해자들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이겠다는 것인지, 피해자 얼굴을 볼 면목이라도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시민모임은 외교부가 피해자 양금덕씨에게 면담 요청을 하기에 앞서 양씨의 인권상 수상 방해 이유를 묻는 민원 질의에 대해 답변하고 방송사가 주관하는 2차 토론회를 개최해 피해자와 정부가 시간 구애 없이 의견을 나눠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은 그동안 정부에 가해자인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분명하게 밝혔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경청할 자세가 됐다면 두 가지 조건에 화답해달라”고 밝혔다. 양씨도 “일본이 무릎 꿇고 빌어도 시원찮다. 외교부는 행동으로 보여라”고 요구했다.
시민모임 등은 이번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정부 방안 규탄 행동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계획이다.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정의당은 ‘일본의 사죄와 전범기업의 직접배상 이행 촉구 결의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는 15∼16일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전국 500곳에서 1인 시위에 나선다. 16일 오전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전범기업의 직접배상 이행을 촉구하는 국회의원 모임’ 출범식과 피해자 간담회, 같은 날 오후에는 양씨와 시민모임 등이 참석하는 외신간담회를 연다. 18일에는 외교부 규탄 집회, 전국 촛불집회, 다음달 1일 3·1절에는 서울시청 앞 집회를 예고했다.
1944년 5월 전남 나주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양씨는 일본인 교장에게 속아 일본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의 항공기제작소로 갔고 임금을 받지 못한 채 해방 뒤 귀국했다. 양씨는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국 법정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2018년 11월29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미쓰비시는 배상에 나서지 않았고 한국 정부도 여기에 동조하면서 양씨의 배상(배상금 1억2천만원과 지연 이자금)이 미뤄지고 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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