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전범 기업 직접배상 촉구 의원 모임 출범식’에서 양금덕 할머니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3·여)씨의 인권상 무산 이유를 묻는 질의에 외교부가 두 달 만에 한줄짜리 답변을 내놓았다.
20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외교부가 보낸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서훈 무산과 관련한 질의서 회신’을 공개했다.
에이포(A4) 용지 한장 분량의 공문을 통해 외교부는 “2022년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서훈 수여 관련, 지난해에는 관계부처 간 협의 미비로 상정되지 못하였으나, 향후 재차 추진될 경우 진지하게 검토해 나가고자 한다는 의견임을 말씀드립니다”라고 답했다.
시민모임은 외교부가 양씨와 국민을 조롱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질의에 대한 두루뭉술한 답변이기 때문이다. 앞서 시민모임은 지난해 12월19일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공문서 제출 온라인 창구인 ‘문서24' 누리집을 통해 외교부장관 앞으로 양씨의 대한민국 인권상과 국민훈장 수상 무산 경위와 이후 대책을 질의한 바 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씨의 인권상 무산 이유를 묻는 질의 민원에 외교부가 보낸 회신서.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질의 내용은 “국무회의 안건 상정 과정에서 관련 부처 ‘이견’으로 훈장 서훈이 무산된 사례가 있는지?” “대법원 확정판결 생존 피해자 3명에 대한 형평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는데,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대한민국 인권상과 국민훈장 추천이 어떤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형평성 문제 때문이라면, 외교부가 양금덕 할머니를 포함해 확정 판결 생존 피해자 3명 모두를 인권상 및 국민훈장 포상자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추천할 의사가 있는지?” 등 200자 원고지 11장 분량에 이르렀다.
시민모임은 이날 규탄성명을 내어 “외교부는 56일 만에 회신하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고 민원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나 성의는 없었다”며 “이는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한 최종 발표를 앞둔 정부가 마지못해 답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30년간 일본 정부를 상대로 강제동원에 대한 사죄와 피해보상을 촉구한 공로를 인정해 양 할머니에게 지난해 12월9일 ‘세계 인권의 날’(매년 12월10일) 기념식에서 인권상을 서훈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외교부기 ‘사전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의견을 냈고 행정안전부는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제출하지 않아 무산됐다. 이에 시민단체는 박진 외교부 장관 사과, 민원질의에 대한 조속한 답변,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한 방송사 주관 공개토론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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