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한국기업 돈으로 배상하겠다고 밝힌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가 일제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은 쏙 뺀 강제동원 배상안을 내놓은 데 대해 피해자와 지원단체가 강하게 비판했다.
피해자 양금덕(93·여)씨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은 6일 오후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안은 우리나라 사법부 판결을 무력화한 사법 주권 포기이자 자국민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한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 주장한 일본의 완벽한 외교적 승리”라며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식민지배는 합법’이라는 일본의 주장에 더욱더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함께 ‘미래청년기금’(가칭)을 조성키로 한 데 대해서도 “피해자와 지원단체가 2010년 7월부터 2012년 7월까지 미쓰비시중공업과 16차례 교섭할 당시 미쓰비시 쪽이 제시한 안과 동일하다”고 짚었다. 이들은 이어 “정부의 이번 발표는 피해자를 욕보이고 국민 자존심에도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한일관계 정상화’와 한·미·일 군사동맹 체제의 완성을 위해 일제 피해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6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한국기업 돈으로 배상하겠다고 밝힌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양금덕씨는 “억울해서 지금은 죽지도 못한다”며 “굶어 죽어도 이런 식으로 안 받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와 양씨는 7일 오후 1시 서울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국민 1인 시위를 추진하는 등 정부 안 반대 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입장 발표문’을 통해 국내 기업 등의 기부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병존적 채무 인수’(제3자 변제)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양씨는 13살이었던 1944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됐다가 해방이 되자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귀국했다. 양씨 등 피해자 5명은 2012년 10월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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