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덕 할머니와 광주시민단체 회원들이 21일 광주광역시의회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6일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만 이익을 챙겼다”며 규탄하고 있다.연합뉴스
“우리나라 대통령인지 외국 대통령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21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광역시의회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3) 할머니는 우리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이날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광주 40개 시민단체는 우리 정부가 일본의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줬다며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 시민단체들은 “16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한 한일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배상 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것도 모자라 추후 일본 기업에 구상권까지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윤석열 정권은 피해자들이 어렵게 쟁취한 역사적 성과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국가 위신과 국민의 자존심까지 다 내줬다”고 지적했다.
광주시민단체는 기시다 일본 총리가 ‘강제동원은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고 한 발언을 놓고 “2007년 5월31일 나고야 고등재판소는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에서 당시 ‘강제동원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미쓰비시중공업도 이를 바탕으로 2010년 7월부터 2012년 7월까지 피해자와의 협상에서 강제동원, 강제노동 불법행위를 모두 인정하는 전제에서 사죄 의사를 표시한 사죄문 초안까지 제시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기시다 총리는 한일 양국 사법부가 모두 인정한 불법행위를 부정했으나 윤 대통령은 항의도 하지 않은 채 유사시 한반도에 대한 선제공격까지 불사하겠다는 일본의 3대 안보 문서 개정안에 동의했다”며 “이번 회담으로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행 문제, 독도 영유권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일본 수산물 규제 완화 문제 등 숙제가 더 늘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빈손’ 외교라는 국민적 비판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소리나 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인권 보호보다 일본의 이익을 앞세웠다.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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