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광주 동구 미로센터 극장2에서 공연한 연극 ‘덩달아 무너진 세상’.극단 밝은밤 제공
광주 청년들이 학동 건물 붕괴사고 2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의 사연을 연극으로 선보인다.
극단 ‘밝은밤’은 “광주 학동 참사 추모 연극 ‘덩달아 무너진 세상’을 9∼10일 광주 동구 미로센터 극장2에서 공연한다”고 7일 밝혔다.
이 연극은 병원 중환자실 배경으로 건물 붕괴사고 희생자의 실제 사연을 각색해 다뤘다. 침상에 누워있는 고등학생, 중년 여인, 70대 할아버지 등 피해자 6명은 숨을 거둔 뒤 영혼 상태로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이들은 죽기 전 기억을 잊어버려 자신들이 어떻게 사고를 당하게 됐는지 자체적으로 조사에 나선다. 영혼을 볼 수 있는 남자 의사는 이들에게 사고 상황을 알려주고 싶지만 소통을 하지 못해 답답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을 지칭하는 에이치디시(HDC)를 연극에 등장시키고 무대 배경은 병원과 버스정류장 등 사고와 관련한 장소를 연관시키는 모습으로 꾸며 학동 붕괴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건설 비리를 비판한다.
김진우, 김선호, 최혜민, 김주영, 이은샘, 정수린, 이태영, 손대현, 박지원 배우가 출연한다.
연극은 지난해 1월 조선대학교 극 예술연구회(조대극회)가 처음으로 무대에 올렸다. 임채빈 등 조대극회 출신 배우들은 이 연극을 계기로 극단을 창단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극단에는 20대로 이뤄진 청년배우 13명이 참여하고 있다.
연극은 9일 저녁 7시, 10일 오후 3시, 저녁 7시 세 차례 상연한다. 예매는 전화나 극단 사회관계망서비스, 현장 매표창구를 이용하면 된다.
배우 정수린씨는 “실제 사연에서 착안해 연극 줄거리를 구성했다”며 “연극이 유족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닿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2021년 6월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공사현장에서 해체 중인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며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광주 동구청은 9일 오후 4시20분 사고 현장에서 2주기 추모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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