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 날 쉬고 있던 소방공무원이 아파트 베란다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20대 여성을 무사히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8일 전북소방본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북소방본부 119안전체험관 소속 남기엽(46) 소방위가 비번이던 지난 16일 오전 6시50분께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의 한 아파트의 공터에서 주민들과 함께 도서관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변에서 ‘살려주세요’라는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 소방위가 주변을 살펴보니 20대 여성 ㄱ씨가 같은 아파트 16층 베란다 밖에 거꾸로 매달려 몸이 밖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ㄱ씨 몸에서는 깨진 유리에 다친 듯 피가 떨어지고 있었고, 집 안쪽에서는 ㄱ씨가 떨어지지 않도록 누군가 그의 다리를 꽉 붙잡으며 버티고 있는 듯한 상황이었다.
급박한 상황으로 판단한 남 소방위는 아파트 16층으로 뛰어 올라가 초인종을 눌렀지만, 열리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15층 아랫집으로 내려가 상황을 설명한 뒤, 베란다 난간을 타고 16층으로 올라가 매달려 있던 ㄱ씨를 집 안으로 밀어 넣어 구조했다.
이후 소방대원들이 출동했고 ㄱ씨는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 소방위는 2008년 1월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15년간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 활동을 펴왔다.
남 소방위는 “상황이 종료된 뒤 몇 시간이 가슴이 뛰고 아파트를 다시 올려다보니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베란다에서 버티는 게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무조건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상황이 아찔하긴 하지만, 소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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