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무등산 천왕봉 일대에 있는 군부대.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공군부대 주둔으로 57년간 출입이 통제됐던 광주 무등산 정상이 시민들에게 상시 개방된다. 광주시는 2030년 군부대를 이전한 뒤 천왕봉까지 언제든지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광주시는 오는 23일 오전 10시 서석대 일원에서 ‘무등산 정상 상시개방 개통식’을 연다. 이날 상시 개방식에선 목제 펜스 걷어내기, 시민과 걷기 등 기념행사가 진행된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공군에 인왕봉 상시 개방을 제안해 동의를 얻어 그해 12월 업무 협약을 맺은 뒤 지금까지 공사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상시개방 구간은 서석대 주상절리에서 부대 후문까지 옆을 지나 인왕봉 전망대까지 갔다가 내려가는 390m 구간이다. 탐방로에는 폭 1.8m의 데크를 깔고, 부대 후문 옆부터 인왕봉 구간엔 군사기밀보안유지를 위해 가림막(높이 3m, 길이 90m)이 설치된다.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는 정상 탐방로 들머리인 서석대 주변에 안전통제소를 설치해 30분 간격으로 200여명씩의 탐방객만 들여보낸다.
무등산 옛 사진 공모전 대상 ‘1937년 천왕봉(오른쪽)과 지왕봉’. 광주시 제공
광주시는 지난해 12월 공군제1여단,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와 무등산 정상 상시 개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정상 상시 개방 준비를 해왔다. 무등산 정상 터엔 1966년부터 공군부대가 광주시로부터 점용·사용 허가를 받아 주둔하고 있어 시민들의 접근이 제한됐다. 2011년부터 매년 적게는 2번 많게는 4번 한시적으로 개방하다가, 이번에 인왕봉 상시 개방을 추진하게 됐다. 시 관계자는 “정상 3개 봉 가운데 지왕봉을 곁에 두면서 인왕봉을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무등산 정상 방공포대 이전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공군은 올해 말까지 방공포대 이전 후보지 작전성 검토를 끝낸 뒤 내년 방공포대 이전 선행연구(예산 3억9천만원)를 시작한다. 앞서 2015년 12월 광주시-국방부-국립공원관리공단 간 ‘무등산 정상 군부대 이전 협약’이 체결된 바 있다. 정전국 광주시 군공항이전본부 이전개발과장은 “2030년까지 군부대를 이전하고 천왕봉을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등산 옛 사진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1930년대 천왕봉’. 광주시 제공
환경단체들은 군부대 이전에 앞서 정상을 상시개방하는 것에 관해 “성급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무등산은 지금도 전국 21개 국립공원 중 북한산, 지리산에 이어 세 번째로 탐방객이 많은 곳이다. 김영선 광주전남녹색연합 상임대표(환경생태학 박사)는 “무등산 정상에 주둔하고 있는 공군 방공포대가 완전히 이전한 뒤 이전지와 주변 식생 기초조사 등을 거쳐 자연 생태를 복원하고 상시 개방을 하는 것이 무등산의 ‘생태 수용력’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