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동구 대인동 한 모텔에 사는 비주택 거주민의 방. 광주사회혁신가네트워크 제공
기초생활수급자인 ㄱ(71)씨는 광주시 동구 대인동 모텔방 한칸을 빌려 살고 있다. 월세 20만원. 모텔방은 그의 침실이자 거실이고, 취사 문제를 해결하는 부엌이다. 방바닥에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전기밥솥, 주전자와 전기냄비 등을 놓고 산다. 공사장에서 인부들을 이끌고 일하던 소사장(오야지)이었던 그는 빚보증을 잘못 서 파산했다.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은둔한 지 14년째인 ㄱ씨는 좁고 답답한 쪽방을 벗어나는 것이 소원이다.
광주사회혁신가네트워크는 지난 6일 광주시 동구 대인동 모텔촌에 마련한 항꾸네 사랑방에서 쪽방 거주민 10여명을 초청해 야구를 함께 보며 통닭에 맥주를 마시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광주사회혁신가네트워크 제공
광주 동구는 지난 7월 광주사회혁신가네트워크에게 의뢰해 ‘대인동·계림1동 비주택 거주지(모텔·쪽방촌) 조사 연구’를 시작해 11월 말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 대인동의 경우 단독 거주 기초수급자 220가구의 80% 이상(180가구)이 쪽방에 살고 있다. 대인동과 맞닿은 계림1동의 단독 거주 기초수급자의 18%인 110가구도 쪽방이 생활 공간이다.
대인동과 계림1동은 광주시외버스터미널이 옮겨가기 전까지 모텔과 여인숙 밀집지였다. 2000년대 들어 시청과 도청 이전으로 상권이 쇠락했지만, 숙박업주들은 재개발 사업을 기대하며 여전히 낡은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조사 책임자인 김용희 광주사회혁신가네트워크 사무처장은 “2000년대부터 비주택 거주자들이 모텔촌의 1.5~3평(5~9.9㎡) 규모의 방을 저렴한 비용을 내고 살기 시작하면서 쪽방 밀집지역으로 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광주시 동구 대인동 성매매 집결지였던 옛 유리방. 화려하지만 슬픈 밤거리였다. 동구 제공
쪽방의 생활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거주자들은 대부분 기초수급비 등으로 확보한 월 생활비 60만~80만원 가운데 방세로 17만~35만원을 지출하고 남은 40만~50만원 정도로 생활한다. 10명 중 8명은 방에서 밥을 지어 먹는다. 치과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치아 손실로 인한 2차 질환으로 고생하는 주민도 많다.
쪽방 생활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이 쪽방상담소다. 외환위기 뒤인 1999년부터 쪽방 거주민을 돕는 쪽방상담소가 서울 5곳, 부산 2곳, 인천·대전·대구 각 1곳이 생겼지만 광주시는 ‘쪽방 밀집지가 없다’고 보고해 설치되지 않았다. 쪽방 주민을 위한 공유부엌이나 식당·목욕탕 무료 이용권 제도 역시 절실하다.
광주 동구는 11일 비주택 거주민들을 위한 출장 치과 진료를 시작으로 쪽방 거주민 지원 정책의 첫걸음을 뗀다. 지난달 ‘쪽방촌 지원 토론회’를 주관한 박미정 광주시의원은 대구와 서울처럼 쪽방 생활인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