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던 2023년 9월15일 오전, 시민들이 광주 풍암호수 제1목교를 우산을 쓴 채 걷고 있다. 풍암호수 둘레길은 비가 내려도 찾는 이가 많을 정도로 광주의 대표적인 도심 휴식처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
광주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추진되는 풍암호수 수질 개선 사업이 원형보존 방식 대신 수심을 낮추고 담수량을 줄이는 방안으로 확정됐다. 전문가들은 호수 바닥에 흙 매트를 까는 공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23일 광주시와 중앙근린공원 1지구 주민협의체,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 전날 최종 서명한 ‘풍암호수 수질개선 및 관리 합의서’를 보면, 4~5급수 수준인 지금의 수질을 3급수로 개선하기 위해 담수량은 지금의 34만6천t에서 14만9천t으로 줄이고, 2.84m(최고 4.19m)인 평균수심도 1.5m(최고 2.5m)로 낮춘다. 11만9천㎡인 호수 면적은 그대로 유지한다. 수질개선 대책 중 총인(T-P, 인산염 등)의 기준을 0.05㎎/ℓ로 정해 녹조 발생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총인을 0.02㎎/ℓ로 관리할 방침”이라고 광주시는 밝혔다.
풍암호수 바닥은
벤토 매트(흙 매트) 공법으로 시공한다. 풍암호수 유지수 인근에 지하 관정 8개를 뚫어 하루 1천t의 지하수를 공급한다. 광주시는 “비상시에 대비해 수돗물을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성기 조선대 명예교수(환경공학)는 “호수 지하에 흙 매트를 깔면 단단하게 굳어 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호수 유지수로 지하수를 퍼 올리면 풍암호수 인근의 지하수는 바짝 다 말라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쪽은 “벤토 매트가 완전히 물이 안 빠지는 것은 아니고 미세하게 물이 스며든다”고 반박했다. 빛고을중앙공원 쪽은 ‘지하수 고갈 논란’과 관련해 “150m 이상 지하의 심층수를 퍼 올리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호수바닥에는 와이(Y)자관을 설치해 외부 빗물과 비점오염원을 배출한다.
풍암호수 인근에 있던 옛 풍암매립장의 침출수가 지하로 스며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광주시는 “별도의 관로를 통해 침출수를 모아 배출된다. 분기별 조사 결과 오염 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지 않았다”며 “빗물정원을 조성해 건천일 때 물이 흐르도록 하는 방안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강은미 정의당 의원, 천정배 호남100년살림민심센터 이사장, 하현식 국민의힘 광주서구을당협위원장은 지난 21일 공동 입장문을 내어 “광주시가 풍암호수를 매립 축소하려는 것은 사실상 호수를 죽이는 것”이라며 “광주시장은 풍암호수를 매립 축소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시민에게 약속한 대로 원형보전(수량·수심·수면적)을 전제로 한 수질개선방안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3월2일 중앙공원1지구 주민협의체 대표들과 만나 원형보존을 약속했다가 3개월 뒤 수심조정안으로 입장을 바꿔 반발을 불렀다. 이후 민간사업자와 주민협의체는 협의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했고, 이에 따라 광주시는 중앙공원1지구 공원조성계획을 변경하는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풍암호수가 있는 중앙공원 1지구 민간사업자는 서구 풍암·금호·화정동 일대 243만5516㎡ 터에 비공원 시설(8%·아파트 2772가구)을 개발하고, 수익금 일부를 들여 공원(92%)을 조성하게 된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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