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 등이 2018년 11월8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료공장에 대한 익산시의 전수조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비료공장의 환경오염물질 배출로 집단 암 피해를 입은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주민 등이 익산시와 전북도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행정기관을 상대로 환경피해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는 일은 국내에서는 드문 사례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전북지부에 따르면, 전주지법 민사11부(재판장 김행순)는 지난달 23일 “익산시와 전북도가 비료공장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비료관리법·폐기물관리법·대기환경보전법·악취방지법)를 해태해 주민들이 비료공장 가동중 발생한 발암물질·악취·매연·폐수 등으로 생활환경을 침해받고 신체·건강상의 장애를 겪게 됨에 따라 심대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원고(주민 등 27명)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했다. 장점마을 주민들이 지난 2020년 7월14일 소송을 제기한 이후 3년여가 지나 1심 판결이 이뤄진 것이다.
재판부는 “익산시·전북도 소속 공무원들이 법령상·조리상의 감독 의무를 다했다면 비료공장이 연초박(담뱃잎 찌꺼기) 등을 사용해 유기질비료를 생산하는 것을 막거나, 이를 통해 발생한 유해물질이 공장 외부로 배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익산시·전북도 소속 공무원의 감독의무 위반과 주민들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 역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정훈 변호사는 “월 30만원을 기준으로 거주 기간과 상속 지분, 암투병 여부 등에 따라 지급액이 결정됐기 때문에 액수가 적다고 해서 피해 정도가 덜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소송을 대리한 민변 전북지부는 “지자체의 감시·감독만 잘 이뤄졌더라도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책임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익산시장·전북지사의 사죄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익산시와 전북도는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2018년 12월 익산 장점마을 한 주민이 마을 인근 비료공장 금강농산의 앞마당에 환경오염물질이 있다며 비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임근 기자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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