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광주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광주·전남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전범기업 대상 2차 집단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원고들이 일제 사죄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광주·전남 일제 강제동원피해자와 유가족들이 또다시 전범기업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에 나섰다. 이들은 배상보다는 70년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소송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14일 광주지방변호사회관에서 ‘광주·전남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전범기업 대상 2차 집단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피해자 54명이 일본 9개 전범기업을 대상으로 한 1차 소송 제기 이후 추가 피해자를 접수해 2차 소송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2차 소송 원고들은 6개 전범기업 대상 33명이다. 훗카이도탄광기선(15명)과 가와사키중공업(1명)이 새롭게 피고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는 미쓰비시광업(9명), 미쓰비시중공업(4명), 미쓰이광산(3명), 니시마쓰건설(1명) 등이다. 원고 중 피해 생존자는 2명뿐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원고들이 참여해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김상기(1927∼2015, 전남 순천시)씨의 아들 김승익씨는 “아버지는 1945년 18살 때 가와사키중공업에 끌려가 군수품을 만들며 폭격으로 인한 죽음의 공포를 느껴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돌아가시기 직전 강제노동에 대한 경위서를 작성하며 한을 풀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소송 참여 동기를 밝혔다.
1943년 4월26일 일본 훗카이도 유바리광업소에서 숨진 강제징용 피해자 박기추씨의 가족이 받은 조위장.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훗카이도탄광기선 유바리광업소에서 사망한 박기추(1910∼1943)씨 아들 박영석씨는 “아버지는 내가 세 살 때 일본으로 떠나 돌아가셨다. 평생 아버지 없이 살며 온갖 설움을 당했다. 일본은 지금이라도 사죄를 해야 한다”며 당시 일본으로부터 받은 아버지 조위장을 공개했다.
광주 민변 소속 이소아 변호사는 “원고들은 승소와 배상 모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사죄를 원하는 마음을 일본 쪽에 전달하고 승소했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끝까지 소송에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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