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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기록엔 ‘도청 앞 총상’인데 ’교도소 습격하다 사망’으로 둔갑

등록 2020-05-22 05:00수정 2020-05-22 07:24

[5·18 40돌 진상규명 마지막 기회]②
날조와 왜곡도 서슴치 않은 신군부
폭동으로 몰려고 교도소 습격 조작
1985년 안기부 주관한 80위원회와
1988년 5공청문회 대비 511위원회
군 관련자들 말 맞추고 사실화시켜
1980년 5월21일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때 희생당한 유영선씨. 5·18기념재단 제공
1980년 5월21일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때 희생당한 유영선씨. 5·18기념재단 제공

5·18 민주화운동 왜곡은 당시부터 신군부에 의해 치밀하게 이뤄졌다. 5·18을 폭동으로 몰기 위해 조작된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교도소 습격 사건이다.

신군부는 5월21~23일 4~7차례에 걸쳐 시민군이 광주교도소(북구 각화동)를 습격했다고 조작했다. 교도소 습격설 당사자로 지목된 5·18 유공자는 유영선(당시 27살)씨다. 유씨는 1980년 5월21일 전남도청 앞에서 계엄군의 집단발포 때 머리에 총상을 입고 광주기독병원으로 옮겨졌다. 같은 날 기독병원이 작성한 입원자 명단에 유씨의 이름이 있고, 진료기록부에는 반혼수(Semi-coma) 상태라고 적혀 있다. 유씨의 투약기록이 5월23일까지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유씨는 이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5·18 직후 전남합동수사단이 작성한 ‘광주교도소 습격기도사건’ 문건에는 유씨가 당시 광주교도소에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수감돼 있던 형을 탈옥시키기 위해 교도소를 습격하다가 사망했다고 적혀 있다. 유씨의 검시조서에는 5월27일 계엄군의 진압작전 때 와이더블유시에이(YWCA) 인근에서 사망한 것으로 나온다.

유영선씨의 상태가 ‘반혼수’로 적혀 있는 광주기독병원 진료기록부. 5·18기록관 제공
유영선씨의 상태가 ‘반혼수’로 적혀 있는 광주기독병원 진료기록부. 5·18기록관 제공

조작된 교도소 습격설은 신군부의 5·18 왜곡조직인 1985년 ‘광주사태 진상규명위원회’(80위원회)와 1988년 국회대책특별위원회(511연구위원회)를 거치며 마치 사실처럼 굳어진다.

80위원회는 1985년 대학생들이 5·18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서울 미국문화원을 점거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국가안전기획부 주관으로 만들어진 범정부 대책기구다.

511연구위원회는 1988년 여소야대 정국에서 광주청문회가 추진되자 그해 5월11일 이를 대비하기 위해 꾸려진 조직이다. 2017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확보한 ‘511연구위원회 관련 자료’를 보면 당시 이희성 계엄사령관, 정호용 특전사령관 등은 사전에 예상 질의와 답변을 논의했다.

1988년 국회 광주청문회에서 정호용 5·18 당시 특전사령관이 증언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1988년 국회 광주청문회에서 정호용 5·18 당시 특전사령관이 증언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시위대의 교도소 공격은 날조된 것이 아닌가’라는 예상 질의에는 ‘작전일지 등 관련 자료에 의하면 6차례 공격이 있었고 계엄군은 광주교도소를 방어해 사태 악화를 막았다’고 답변하도록 정리돼 있다.

교도소 습격설의 근거가 되는 3공수여단의 전투상보(작전 종료 후 공적을 보고하는 문서)는 1985년 새롭게 작성되는 등 답변 근거자료는 이미 80위원회에서 조작한 상태였다. 511위원회를 거친 교도소 습격사건 조작 자료는 현재까지 지만원씨, 김대령(필명) 등의 5·18 왜곡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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