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 회원이 2019년 3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광주지법에 출석하기 전 펼침막을 들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가 5·18 핵심 쟁점의 진상을 확실하게 밝히려면 검찰에 5·18수사지원단을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상조사위 조사 대상자가 출석하지 않고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처벌 수위를 강화하기 위해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특별법)도 개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조사에 착수한 진상조사위가 5·18 핵심 진상규명 과제를 해결하려면 전두환씨 등 신군부 핵심 관계자들의 직접 조사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특별법(2018년 2월 개정안 통과)에 따라 출범한 진상조사위엔 강제조사권이 없다. 조사 대상자가 2회 이상 출석에 불응하면 동행명령을 집행할 수 있지만, 조사 대상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강제구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태다. 또 증거인멸 등 우려가 현저할 때만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검찰에 의뢰할 수 있어, 조사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들이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구타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 때문에 민주당 21대 총선 광주·전남 당선자 18명은 최근 진상조사위의 역할과 권한 확대, 5·18 역사 왜곡 처벌 강화 등을 위해 특별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행 사법체계상 진상조사위가 직접 영장청구권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진상조사위의 조사에 불응할 경우 금고형 등으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특별법 개정을 통해 검찰이 5·18수사지원단을 꾸려 진상조사위의 진상조사를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진상조사위의 진상조사로 발포 명령, 민간인 학살, 암매장 등이 추가로 확인되면 개별 사안을 피해자가 검찰에 고발해 강제수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만큼, 처벌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수사는 현행 법체계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두환씨 <회고록> 관련 피해자 쪽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는 “과거에 법률관계가 끝났는데도 이전과 다른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게 만드는 입법(진정소급입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5·18 진상규명을 통해 달성되는 공익적 중대성이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어 허용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여 공소시효를 배제할 수 있다”며 “5·18 민간인 학살 등 개별 사안을 피해자 쪽에서 고발할 경우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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