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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시민단체 “갑질·성폭력 저지른 교수 보석 취소돼야”

등록 2020-06-22 17:34수정 2020-06-22 19:08

전주지법, 1심서 법정 구속된 교수의 보석신청 인용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전북시민행동’이 22일 오전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성폭력 교수의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북시민행동 제공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전북시민행동’이 22일 오전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성폭력 교수의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북시민행동 제공
“저는 전북지역 한 대학교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의 학생으로 박아무개교수를 처음 만났습니다. 강압적·권위적 분위기를 만드는 선배들이 깍듯하게 따르는 박 교수를 두렵기는 했지만, 따라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게 됐습니다. 수년의 생활 동안 저는 동기 등과 박 교수에게서 당한 갑질에 대해 종종 이야기했습니다. 누구는 갑자기 불려가 연구실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고, 박 교수 집 이삿짐을 나르고, 주말에도 마당에 있는 돌을 나르고, 방학 중에도 담배 심부름을 하고, 안마하고, 뽀뽀하는 등. 온갖 갑질과 성폭력 문제가 섞여 있는 대화였습니다. 저희는 피해자이면서 피해자라고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연극계를 떠난 저는,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서 본 피해를 알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박 교수가 두렵습니다. 그를 제발 엄중하게 처벌해주십시오.” (피해당사자 김희숙(가명))

제자와 동료 교수를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전주대학교 교수가 보석으로 최근 풀려나자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전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강동원)는 전주대학교 박아무개 교수의 보석신청을 지난 19일 인용했다. 재판부는 “박 교수의 보석신청에 타당한 이유가 있다”며 인용 사유를 밝히고 보석조건으로 보증금 5천만원을 내도록 했다. 또 피해자들 및 증인들에 대해 직접 혹은 가족·지인을 통한 접촉을 금지했다.

박 교수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학생과 동료 교수 등 2명을 추행한 혐의(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로 기소됐다. 그는 승용차와 사무실 등에서 강제로 피해자들의 신체를 접촉하고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해 3월 결백을 주장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자신을 악의적 의도로 음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40시간의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박 교수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보석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등 37개 단체는 22일 전주지법 앞에서 “박 교수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권위자로서, 지지기반과 유명세를 이용해 학생과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이들에게 온갖 갑질과 성폭력을 저질렀다. 피고인은 구속된 지 135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고 이를 지켜본 피해자들은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였다. 법원은 즉시 보석 결정을 취소하고 성폭력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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