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전남 담양의 한 골프장에서 20대 여직원이 머리에 맞은 총탄(5.56㎜)은 인근 군부대에서 날아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육군은 3년 전 경기도 6사단에서 일어난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 사격장 안전시설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본부는 3일 “군사경찰(헌병)에서 2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 사고원인은 골프장에서 1.4㎞ 떨어진 군부대사격장에서 사격훈련을 하며 발생한 유탄(빗나간 탄)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육군은 사고 발생 시간대에 사격한 부대원의 총기(11정)를 회수해 국방부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의뢰해, 사고 탄두에 남겨진 고유의 강선흔(腔線痕)과 일치하는 총기, 사격 부대원을 확인했다. 당시 사격 부대는 전북에 주둔하고 있는 육군 직할부대로 알려졌다.
육군은 해당 부대원이 자세를 수시로 바꿔가며 사격하던 중 불안정한 자세에서 총구가 위로 향한 채 격발해 유탄이 전방에 있는 140m 야산을 넘어 골프장까지 날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의성은 없었다는 판단이다. 또 당시 사격장에는 사격통제관(사격전문교관, 상사)과 각 사격대 별 통제간부(18명)가 편성돼 있는 등 사격통제 절차는 이상이 없었으나, 해당 부대원은 사격장에 늦게 도착하며 ‘사격 전 위험성 예지교육’은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재 주한미군 등이 운영하고 있는 ‘차단벽 구조물 사격장’을 점진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표적 뒤쪽 뿐 아니라 좌·우 양쪽과 상부에도 방호벽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다만 예산 확보 문제로 단기간 내 운용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피해자는 육군본부 환자전담지원팀을 편성해 치료와 회복을 돕고, 향후 국가배상법에 따라 배상할 계획이다. 사고 부대원과 지휘관 등도 절차에 따라 징계할 방침이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해당 사격장은 탄두 회수대, 토사 방호벽, 자연 방호벽(야산) 등 3중 안전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불안정한 자세로 인한 유탄 가능성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철저한 안전관리체계를 수립해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육군의 이같은 발표에 대해 이미 3년 전 비슷한 사고가 있었지만 매번 같은 대책만 발표할 뿐 실질적인 조치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 9월 경기도 포천에 있는 6사단에서는 사격장 인근을 지나가던 사병이 유탄을 맞고 사망해 육군은 사격장 방호벽 강화와 전수조사 계획 등을 밝힌 바 있다.
공수부대 출신 한 예비역 대령은 “이번 사고는 사격통제 실패와 유탄에 대한 안전대책 부실, 사격장과 민간시설의 가까운 거리, 해이한 군기 등 종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발생했다. 유탄이 140m 높이 야산을 넘었다면 상당한 고각으로 쏴야하는데 고의가 아닌 이상 군 훈련 체계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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