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인해 사상자 30명이 발생한 전남 고흥군 윤호21병원 현관에서 바라본 불에 탄 내부 모습.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30명의 사상자를 낸 전남 고흥 윤호21병원 화재 당시 1층 출입문이 잠겨 있어 환자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없었다는 119신고내용이 공개됐다.
14일 미래통합당 강기윤 의원이 입수한 119신고 녹취록을 종합하면 신고자는 병원 1층 출입구 2곳 중 1곳은 불 때문에 접근이 어렵고, 나머지 1곳은 문이 잠겨 있다고 119상황실에 전했다.
이 신고자는 10일 새벽 3시49분께 119에 전화를 걸어 “윤호병원 1층에 불이 났다. 안쪽으로 들어오는 문은 잠겨 있어 안 열린다”고 말했다. 당시 119는 새벽 3시42분께 최초 신고를 접수하고 구조대를 급파한 상황이었다.
119상황실 근무자가 환자는 몇 명이고 대피하고 있는지 물어보자 신고자는 “여기 한 10명 정도요. 응급실 쪽으로는 못 나가요. 불이 너무 많이 나서”라고 대답했다. 119근무자가 “불이 너무 커서 응급실로 대피가 어렵냐”고 재차 묻자 신고자는 “정문 쪽으로는 안쪽으로 들어오는 문이 잠겨 있어가지고. 그쪽만 열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안쪽에서 문이 잠겨가지고”라는 말만 반복했다. 또 병실환자들은 1층에 연기가 심해 내려올 수 없다고 덧붙였다.
10일 새벽 불이나 사상자 30명을 낸 전남 고흥군 윤호21병원의 화재 당시 1층 폐회로텔레비전에 찍힌 발화 모습. 전남지방경찰청 제공
강 의원이 녹취록과 함께 공개한 도면을 보면 윤호21병원 1층에는 도로 쪽으로 난 현관 출입구와 응급실 출입구 등 외부로 통하는 문이 2개 있다. 신고자가 말한 ‘안쪽으로 들어오는 문’은 현관 출입구로 보인다. 현관 출입구는 외부로 통하는 자동문과 안쪽 여닫이문 등 이중 구조로 돼 있다.
당시 현장에 투입했던 김도현 고흥소방서 구조팀장은 “구조팀은 응급실 쪽으로 진입해 현관 개방 여부는 알지 못한다. 구조를 끝내고 보니 현관 안쪽 문이 열려 있었지만 원래부터 열렸는지 직원들이 따로 열었는지는 확인해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신성래 고흥경찰서 수사과장은 “1층 출입문 개방 여부를 비롯한 정확한 화재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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