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광주광역시 동구 갤러리 생각상자에서 개인전을 최병수 작가가 대표작 <별이 된 이한열>을 소개하고 있다.
1987년 6월항쟁의 한축을 담당했던 <한열이를 살려내라> 걸개그림 제작자 최병수(61) 작가가 광주에서 처음 개인전을 열어 환경보호를 화두로 던진다.
광주광역시 동구 갤러리 생각상자는 이날부터 내년 1월13일까지 최병수 초대전 ‘길을 걷다’를 연다고 20일 밝혔다. 갤러리 생각상자는 다가오는 연말연시를 맞아 코로나19,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등 전 지구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최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 인간들의 반성하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 <도>를 선보이며 위태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을 풍자했다. 강철판을 오려 노자가 소를 타고 칼날 위를 유유자적 거니는 모습을 표현한 최 작가는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전달한다.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베이비 아틀라스> 작품을 설치했다. 기저귀를 찬 아기가 지구를 힘겹게 짊어지고 있는 형상이다. 작품 주위에는 쓰다 버린 공구, 나무토막, 낙엽 등 쓰레기를 배치해 점점 오염되고 있는 지구를 책임져야 할 미래세대를 표현했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바닥이 깨져 있는 항아리를 볼 수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항상 채워지지 않은 인간의 탐욕을 비꼰 작품이다. 그밖에 맷돌 어처구니에 철조망을 감아 분단된 한반도를 표현한 <분단 반세기>, 손목시계를 단 안경인 <호모타임즈>, 사랑을 퍼주자는 의미로 화분에 숟가락 등을 꽂아놓은 <마음 심기> 작품을 설치했다.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지구 문제를 표현한 최병수 작가의 <베이비 아틀라스>.
이번 전시에서는 최 작가의 대표작인 걸개그림 <한열이를 살려내라>를 재구성한 <별이 된 이한열>도 선보인다. 2017년 6월항쟁 30주년을 맞아 연세대학교에 설치한 작품과 규모만 다른 것이다. 1987년 6월 최루탄에 맞아 숨진 연세대생 이한열 열사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붉은 피 대신 별을 넣어 이 열사를 추모하는 마음을 담았다. 특히 전시가 열리는 장소는 이 열사가 어렸을 적 살았던 동네여서 의미를 더했다. 전시 개막식에는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도 초대할 예정이다.
최 작가는 “걸개그림에는 피가 그려져 이 열사의 유족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열사가 살았던 동네에서 유족에게 작품을 선보여 마음의 짐을 덜었다.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고 지구와 인권에 대해 생각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출신인 최 작가는 목수일을 하던 중 1983년부터 시위·노동현장을 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그가 6월 항쟁때 그린 <한열이를 살려내라> 걸개그림과 판화는 이 열사의 영정으로도 쓰이며 항쟁을 촉발했다. 최 작가는 현재 전남 여수에서 환경보호를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글·사진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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