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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 무슨 일이?…구상나무 꽃이 피지 않았다

등록 2023-07-18 14:21수정 2023-07-18 14:28

한라산 어리목코스에서 보이는 고사한 구상나무들. 허호준 기자
한라산 어리목코스에서 보이는 고사한 구상나무들. 허호준 기자

한라산을 대표하는 식물인 구상나무에 꽃이 피지 않는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올해 한라산 구상나무 암꽃(암구화수) 개화량을 조사한 결과, 1그루에 8.8개로 조사됐다고 18일 밝혔다. 지난해 그루당 개화량 120.2개와 비교하면 무려 92.7%나 급감해 뚜렷한 해거리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역별 구상나무 개화량은 왕관릉 일대는 지난해 그루당 평균 234.8개에서 6.1개로 97.4%가 줄어 사실상 구상나무의 꽃이 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방애오름 일대는 평균 117.0개에서 36.6개로 68.7% 감소해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구상나무의 암꽃 개화가 연도별로 큰 변화를 보임에 따라 개화상황 및 품종별 분포 상황조사 등 특성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한라산연구부는 지난해부터 한라산 구상나무 군락지인 영실과 성판악, 왕관릉, 방애오름, 윗세오름, 백록샘, 큰두레왓 등 7개 지역 10곳에 조사목을 설치하고, 해마다 암꽃 개화량 및 구과(열매) 결실량, 건전 구과율, 중량과 길이 등 구과 특성, 종자 충실률, 발아율 등을 조사하고 있다.

개화한 한라산 구상나무림. 허호준 기자
개화한 한라산 구상나무림. 허호준 기자

한라산연구부는 최근 수십 년 동안 기후변화 등으로 개체수와 면적이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는 한라산 구상나무의 지속적인 보전을 위해서는 구과 결실 주기와 특성을 규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정군 한라산연구부장은 “구상나무 결실주기와 관련해서 구과의 특성 변화에 대한 연구결과도 없어 묘목의 생산과 한라산 현지 발아를 위해 구상나무 결실 특성 연구를 통한 기초자료 확보가 중요하다”며 “연구결과가 나오면 구상나무 보전 전략 마련을 위한 중요 근거로 활용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상나무는 2011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한 나무로, 우리나라 고지대에 적응한 특산수종이다. 한라산 구상나무 분포 면적은 2006년 796.8㏊에서 2021년 606㏊로 15년 동안 190.8㏊가 감소했다. 개체수도 2017년 30만7388그루에서 2021년 29만4431그루로 4년 사이에 1만3천여 그루 가까이 고사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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