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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지구 살리는 ‘위대한 등산’…나무 떼죽음 알리는 시민들

등록 2022-12-14 17:04

녹색연합 기후위기기록단-기후위기 현장을 가다(4)

지리산 중봉 탐방로에서 시민모니터링 참가자들이 죽어가는 구상나무를 관찰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민 참여 모니터링은 온라인에서 사전 교육을 진행하고 현장에는 개별적으로 방문하여 관찰한 후 그 결과 인터넷으로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녹색연합
지리산 중봉 탐방로에서 시민모니터링 참가자들이 죽어가는 구상나무를 관찰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민 참여 모니터링은 온라인에서 사전 교육을 진행하고 현장에는 개별적으로 방문하여 관찰한 후 그 결과 인터넷으로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녹색연합

지난 11월 중순, 오대산 정상인 비로봉으로 오르는 탐방로에 기후위기 적응을 실천하는 시민들이 모였다. 시민 8명이 참여한 이 날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시민과학 모니터링’(이하 ‘기후 시민 모니터링’)이 있는 날이었다.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에서 집단고사하고 있는 분비나무, 전나무 등의 침엽수 상태를 살펴보고 교육도 진행하는 활동이었다. 

‘기후 시민 모니터링’은 오대산을 비롯하여 지리산, 한라산 등 전국 10개 명산의 고산지역에 올라 기후위기로 죽어가는 침엽수를 관찰하여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사전에 인터넷 강의(온라인 화상회의 교육)를 통해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전나무, 주목, 잣나무, 금강소나무 등 7종을 배운다. 이후 직접 산에 올라 침엽수 고사 상태를 관찰하고 확인한다. 기후위기로 죽어가고 있는 7종의 침엽수 중 스스로 선정한 2종을 관찰하여 고사 현장 사진과 위치 좌표를 공유한다.

시민들이 수집한 데이터는 침엽수 고사의 ‘경향성’을 파악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사 진행 속도, 원인, 부작용, 그리고 차후 방지 대책 등을 분석한다. 최종 결과물은 정책 제안에도 활용된다.

기후 시민 모니터링은 수십 명의 참여자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기획 회의 및 교육 등을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비대면으로 사전 교육을 받은 시민들은 개별적으로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고사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다시 온라인으로 모니터링 결과를 공유한다.

이날 참여자들은 고사가 진행 중인 전나무의 몸통 길이를 줄자로 측정했다. 최소 두 사람이 있어야만 줄을 휘감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나무였다. 둘레는 150cm, 반지름만 약 47cm에 달했다. 시민들은 ‘램블러(Ramblr)’라는 트래킹 어플에 고사한 나무의 사진과 둘레 정보를 기록했다. 이처럼 수집한 정보는 차후 보고서 제작에 활용된다.

오대산 모니터링 현장에 참여한 양희영 씨는 “기후가 따뜻해지는 것을 침엽수 고사라는 문제의식으로 확장해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 활동을 통해 둘 사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어 의미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나영 녹색연합 기후위기 적응 기록단

‘그린백패커’들은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등산’을 추구한다. 지리산·한라산·태백산·오대산·설악산을 비롯하여 백두대간의 국립공원과 산림보호구역을 방문하여 기후위기 현장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그린백패커는 지난 가을인 10월 15일부터 16일까지 지리산국립공원 중봉의 구상나무 및 가문비나무 집단고사 지역을 방문했다. 지리산 중산리에서 출발하여 법계사를 거쳐 천왕봉부터 중봉일대까지 한반도 기후위기 최일선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2018년 모임이 시작된 이후 매년 수시로 지리산을 비롯한 백두대간의 고산지역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그린백패커는 백패커 트레커 하이커등 아웃도어와 등산을 즐겨하는 시민들의 환경실천 의지가 모여져 활동하고 있다. 녹색연합
그린백패커는 백패커 트레커 하이커등 아웃도어와 등산을 즐겨하는 시민들의 환경실천 의지가 모여져 활동하고 있다. 녹색연합

그린백패커 김명진 씨는 “그린백패커 활동을 하면서 시민과학이 무엇인지 알게 됐습니다. 침엽수 고사 현장을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작은 행동이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린백패커’처럼 최근 들어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민들이 직접 행동과 실천에 나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과학’이란 전문적인 과학인력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구성되는 과학 활동을 뜻한다. 수많은 시민이 그대로 막대한 자료를 제공하는 연구원이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국제사회에서는 20년 전부터 기후위기 적응에 시민참여가 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는 2만 명의 시민과학자들이 우량계를 통해 비, 우박 등의 강수량을 측정하고 웹사이트에 강수 데이터를 전송하는 ‘CoCoRaHS’라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시민과학자들의 강수 데이터를 분석해 강수 추이를 파악하고 가뭄을 예측하여 대응 계획을 수립한다.

국내에서는 이제 막 시민과학 프로그램들이 시행되고 있다. ‘시민과학풀씨’는 환경·안전·보건 분야의 연구자들이 시민과 함께 연구하여 성과를 도출하는 연구 프로젝트 지원사업이다. 전유영 담당자는 “시민과학 자체의 성장과 참여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특히 시민과학 연구자 양성, 인재 양성이 주 목적이다”라고 프로그램 취지를 밝혔다. 올해 참여한 6팀 중 ‘앗뜨거미’팀은 기후변화지표종 거미 모니터링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자는 기후변화지표종 가이드북을 제작하여 시민과학자들에게 제공한다. 서울 수락산에서 모니터링 및 생태 교육을 진행했다. 이후 시민과학자들이 개별적으로 관측 활동을 수행했다. 2022년 4월 26일에서 10월 17일까지 500여 건의 거미 관찰을 할 수 있었다. 정재욱 연구자는 “시민과학자들 덕분에 더욱 넓은 지역에서 다량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고, 기후변화지표생물 연구의 방향성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민과학을 통해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대규모의 데이터가 축적되면 기후위기 대응에도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혜진 녹색연합 기후위기 적응 기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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