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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출동할 때마다 널 가슴에 품고”

등록 2023-12-05 14:52수정 2023-12-08 15:07

절친한 동료 추도사 속 제주도청장으로
유족·동료·시민 등 1천여명 ‘눈물 배웅’
“소방 출동 현장시스템이 개선되기를”
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에서 운구를 맡은 동료들이 임 소방장의 유해를 앞에 두고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에서 운구를 맡은 동료들이 임 소방장의 유해를 앞에 두고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날 밤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리는 출동벨소리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깜깜한 밤을 구급차를 타고 내달렸고, 뜨거운 화재현장에 들어가 우리 대원들의 손에 들려 나오는 너의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심장이 끊어지는 슬픔을 느꼈어.”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소속 장영웅(29) 소방교가 눈물 속에 추도사를 끊어지듯 읽어나갔다. 그러자 동료 소방관들이 고개를 떨구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화재 진압 중 순직한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소속 고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이 5일 제주도청장으로 열렸다. 장 소방교는 하늘의 별이 된 임 소방장과 대학을 같이 다니고 2019년 5월 경남 창원소방본부에서 같이 근무했다. 2021년 10월부터 고향 제주에서 소방관 생활을 같이하면서도 같은 팀에서 근무하는 막역한 친구사이다.

“나는 내일부터 다시 우리가 자랑스러워 했던 소방관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달려갈 것이고, 그때마다 너를 내 가슴에 품고 함께 갈게.”

장 소방장이 추도사를 마치고 나오자 임 소방장의 어머니가 그를 껴안고 어깨를 도닥이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영결식장에는 유족과 동료 소방관, 시민 등 1천여명이 참석해 임 소방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앞서 오전 10시 제주시 한라체육관에 임 소방장 운구차량이 도착해 영결식장으로 들어서자 도열해 거수경례하던 동료 소방관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운구행렬 뒤로 유가족과 친지들이 눈물을 참으며 묵묵히 뒤따랐다.

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이 열렸다. 허호준 기자
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이 열렸다. 허호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고인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제주도는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윤 대통령은 남화영 소방청장이 대독한 조전에서 “화재현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구조현장에서 망설이지 않은 용감하고 헌신적인 소방관, 젊은 소방관을 잃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화재현장의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 고인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애도했다.

임 소방장의 아버지는 고별사에서 “대학 진로를 소방구급대원으로 정하고 열심히 공부해 합격해서 얼마나 좋아했는데 이제는 과거로 남겨두게 됐다. 보고 싶은 나의 아들아. 이제는 아버지가 너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구나. 잘 지내고 있어라”라며 눈물을 삼켰다. 임 소방장은 이날 오후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됐다.

임 소방장은 지난 1일 새벽 1시9분께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주택 옆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화재를 진압하다 거세진 불길에 창고 외벽 콘크리트 처마가 무너져내리는 바람에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유가족은 “이번 일을 계기로 소방 청년들의 복지와 환경이 나아졌으면 좋겠다. 소방 출동 현장시스템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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