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경찰이 주민, 사드 반대 단체 회원들을 강제 해산하고 있다. 사드철회 소성리 종합상황실 제공
“일어 나이소, 일어 나이소.”
“뭘 자꾸 일어나라 카노! 안 간다. 나는 안 간다니까.”
“어머님들, 부탁드립니다.”
“사람 빼지 말고 사드나 빼라!”
지난 18일 새벽 6시께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 모습이다.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로 가는 길목인 이곳에서는 5월 셋째 주부터 한 주에 두 번씩 이런 실랑이가 벌어진다. ‘대화 경찰’이라는 표식을 단 경찰이 80세가 넘은 어르신들을 붙잡고 어르고 달래기를 반복한다. 경찰 버스에서는 “도로 위에 앉아 계신 어르신 여러분,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마을회관 앞으로 이동해 주시길 바랍니다”라는 경고 방송이 나온다.
이날 새벽 6시께부터 마을에 들어온 경찰 1천여명은 1시간 반가량 진압 끝에 주민과 사드 반대 단체 회원들을 모두 해산시켰다. 경찰이 길을 터주면 국방부가 사드 기지로 각종 물자를 실은 트럭을 들여보낸다.
올해 들어 사드 기지 앞에서 주민과 경찰이 14번 충돌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벌어진 충돌은 3차례뿐이었다. 그러다가 국방부가 지난 5월14일 이후 장비 반입을 주 2회로 정례화하면서, 5월 6차례, 6월 5차례(6월21일 기준) 충돌이 벌어졌다. 국방부는 장병들이 사용하는 숙소가 너무 낡아 시설 개선 공사를 위한 장비를 반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실 처음부터 해야 하는 공사였는데,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항공으로 장비를 수송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지난 5년 동안 공사가 지연됐다. 장병들의 기초적인 생활 여건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성리 주민들과 사드 반대 단체는 올해 5월 들어 유독 공사를 서두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성리에서 주민들과 함께 투쟁하고 있는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애초에 갑자기 사드를 배치하면서 골프장에 미사일을 넣었다. 그런 열악한 배치를 한미가 합의했다. 이제 와서 시설이 열악하다고만 하는 설명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양국 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황 팀장은 “체감하기로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즈음부터 충돌이 잦아졌다. 한-미정상회담 전부터 어떤 협의가 있었을 것 같고, 미국에서 지속해서 미군기지 접근성에 대해 요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병사 숙소 환경 개선 공사는 정확한 기일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확한 공사 기일은 알 수 없다. 통행로 확보 상황에 따라 (공사 일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과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비 반입 횟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공사라는 것이 한 번에 물자를 다 넣어 놓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공사 일정과 맞춰 장비가 들어가야 한다. 폐기물이나 오·폐수 등도 꾸준히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에 들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주민과 타협점을 찾지 않고 주 2회 장비 반입을 고집하는 것은 사실상 주민과 충돌을 정례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성주군, 성주군 시민사회단체 등과 사드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려는 상생협의회를 연 뒤, 바로 다음날인 25일 공사 장비를 반입하면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충돌을 빚었다. 상생협의회에는 정작 소성리 주민들이 참여하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5월 들어 사실상 국방부 차량이 소성리 마을회관 앞을 지날 때마다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장비 반입이 잦아지면서 소모적인 충돌은 물론 부상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황 팀장은 “불법적인 공사와 사드 체계를 업그레이드하려는 것은 막을 수밖에 없지만, 그동안은 생필품 반입을 두고 충돌한 적은 없었다”며 “마을회관 앞길을 확보한 김에 생필품도 같이 들어가고 있는데, 지금은 어떤 장비가 들어가는지 모니터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계속해서 충돌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억지로 사람을 끌어내다 보니 부상자가 계속 나온다. 공사 장비를 지금처럼 폭력적으로 옮기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소성리 주민들과 사드 반대 단체들은 지난 2016년부터 사드 배치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한 사드 배치 절차 중단과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5년째 투쟁 중이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