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영남

“백신 맞고 싶어도 맞기 어려워” 이주노동자는 서럽다

등록 2021-10-06 12:16수정 2021-10-07 02:31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경남 마산의료원.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경남 마산의료원.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기 위해 나도 백신을 맞고 싶어요. 그런데 평일에는 사장님이 보내주지 않고, 일요일에는 보건소가 문을 열지 않아요.”

경남 김해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ㄱ씨는 자신의 안타까운 심정을 이렇게 드러냈다.

경남이주민센터는 6일 “코로나 백신을 맞고 싶어도 현실적 여건 때문에 맞지 못하는 이주노동자가 매우 많다. 최근 한국인보다 외국인 확진자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도 이주노동자의 백신 접종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의 백신 접종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경남의 이주노동자는 미등록 3만여명을 포함해 모두 11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70%가량은 전체 직원 10명 미만의 영세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경남도는 외국인의 코로나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등록 상태여도 문제 삼지 않고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하지만 5일 저녁 6시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외국인은 3만5822명으로, 전체의 33%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시각까지 경남도민 백신 접종 완료율은 54.3%이다.

이에 대해 경남이주민센터는 “최근 이주노동자들을 상담하면,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백신을 맞고 싶어도 맞을 수 없다고 호소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매우 취약한 고국의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이주노동자는 한국인보다 더 적극적으로 백신을 맞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세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대부분 이주노동자는 일요일에만 쉬는데, 일요일에도 백신을 접종하는 보건소나 병원을 찾을 수 없다. 평일에 백신을 맞는 것은 업주나 관리자의 허락을 받기 어렵다. 조업 차질,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 사실 노출 등 문제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기숙사 등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것도 코로나에 취약한 요인이다. 심지어 이들의 출입을 꺼리는 음식점 등 시설이 많아서, 외국인 전용식당을 찾을 수밖에 없는 점도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소장은 “단순히 외국인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이 아니라 영세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공단지역에 휴일에도 백신을 접종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등 이주노동자들의 백신 접종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일 경남에선 12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125명의 확진자를 낸 지난 8월1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70명이 외국인이었다. 이주노동자가 많은 김해 등 일부 지역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기준을 넘어섰다.

권양근 경남도 복지보건국장은 “외국인 집단감염이 지역 집단감염으로 확산한 사례는 없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기준을 넘어선 지역도 당분간 3단계를 유지하면서, 코로나 방역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한겨레 영남 기사 더보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폭동사태 방불”…인천공항 폭설 탓 발 묶인 1만명 혼란 1.

“폭동사태 방불”…인천공항 폭설 탓 발 묶인 1만명 혼란

명태균 처남의 이상한 취업…경상남도 “언론 보도로 알았다” 2.

명태균 처남의 이상한 취업…경상남도 “언론 보도로 알았다”

중증장애 아들 39년 돌보다 살해한 뒤 따라가려 한 60대 아버지…3년형 3.

중증장애 아들 39년 돌보다 살해한 뒤 따라가려 한 60대 아버지…3년형

“119 잘하나 보려고” 논에 불 지른 경북도의원…대체 무슨 짓 4.

“119 잘하나 보려고” 논에 불 지른 경북도의원…대체 무슨 짓

가장 아픈 길인데…비극 서린 그 길이 정말 ‘아름답다’ 5.

가장 아픈 길인데…비극 서린 그 길이 정말 ‘아름답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