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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에도 녹조 발암물질”…정부 “환경단체 검사 신뢰도 낮아”

등록 2022-08-31 16:21수정 2022-09-01 00:54

낙동강변 가정집·식당 등 22곳 표본 조사
환경단체 “녹조 독성물질 검출률 27.3%”
환경부 “정수장에서 99.98% 걸러져” 주장
환경단체 “정부, 독 274종 중 10개 미만 조사
서로의 검사법 불신하니 민관 함께 조사하자”
폭염이 이어지는 8월4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과 함안군 칠북면 경계에 위치한 창녕함안보 일대 낙동강에서 녹조가 관찰되고 있다. 강물이 녹색 물감을 푼 듯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폭염이 이어지는 8월4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과 함안군 칠북면 경계에 위치한 창녕함안보 일대 낙동강에서 녹조가 관찰되고 있다. 강물이 녹색 물감을 푼 듯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환경단체들이 낙동강변 농작물과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에 이어 가정·식당에서 사용하는 수돗물에서도 발암성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정수장·수돗물에서 녹조 독성물질이 발생하는지를 상시 감시하고 낙동강에 설치된 보의 수문 개방을 요구했다. 환경부는 “환경단체의 검사방법은 신뢰도가 낮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은 31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7월14일부터 8월25일까지 부산·대구·경남·경북의 가정집 15곳, 식당 4곳, 상가 2곳, 대학연구소 1곳에서 채집한 22곳의 표본을 이승준 부경대 교수팀이 정밀 효소면역측정법(ELISA·마이크로시스틴 총량을 분석)으로 분석했더니, 6곳(27.3%)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이 31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경남·대구·경북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환경단체들이 31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경남·대구·경북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분석 결과를 보면, 부산 수영구 1곳, 경남 김해시 내동 1곳, 경남 창원시 진해구 2곳, 대구 수성구와 동구 각 1곳에서 0.051~0.175ppb(ℓ당 0.051~0.175㎍)에 해당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건강위험평가국(OEHHA)의 2021년도 음용수 기준치인 0.03ppb(ℓ당 0.03㎍)의 1.7~5.83배다. 가장 짙은 농도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곳은 창원시 진해구 가정집이었다. 7월29일 채취한 수돗물에서 0.175ppb가 나왔는데 캘리포니아주 음용수 기준치의 5.83배였다.

다만, 이런 수치는 미국연방환경보호청의 2015년도 기준인 1.6ppb(성인)와 세계보건기구 2020년 기준인 1ppb에는 미치지 못했다. 나머지 16곳(72.7%)에서 채취한 수돗물에선 기술적 한계(정량한계 0.05ppb. 검출한계 0.016ppb)로 마이크로시스틴의 검출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기술적 한계로 마이크로시스틴의 검출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는 것은 마이크로시스틴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미세한 수치의 마이크로시스틴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결과를 두고 ‘정수장에 활성탄 등을 사용해 고도정수처리를 하면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정부 설명은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7월말 <대구문화방송>이 대구시 정수장 3곳(매곡·문산·고산)에서 캘리포니아주 음용수 기준의 7.53~9.36배인 0.226~0.281ppb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환경부는 이날 “23~24일 부산, 대구, 경남, 경북 지역 정수장 10곳의 수돗물을 대상으로 두 가지 분석법(ELISA, LC-MS/MS)을 활용해 검사한 결과, 모두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한하천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고도정수처리를 한다는 것은 원수의 수질이 나쁘다는 말과 같다. 고도정수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국민 건강과 생명을 고려한다면 원수의 수질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행정기관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낙동강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 △4대강 16개 보 수문 개방 △총리실 산하 민·관위원회 구성 △녹조 독소 검출 농·수산물의 정부 전량 수매·폐기 조처 등을 요구했다.

환경단체들의 주장에 대해 박재현 환경부 물환경정책관은 “마이크로시스틴은 정수장에서 99.98% 걸러진다”며 “각 지자체 정수장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을 매주 검사하지만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단체가 사용한 측정법(ELISA)보다 환경부의 검사법(LC-MS/MS∙통상 4종의 개별값을 분석)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임희자 공동집행위원장은 “올해 2월 기준 밝혀진 녹조 독은 274종인데 환경부와 자치단체들은 10개 미만만 조사하고 있다. 정밀 효소면역측정법은 낙동강 물에 독성물질이 있다면 반응하는 것이어서 정부가 주장하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LC/MS/MS)보다도 과학적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방법을 불신하니까 민·관이 함께 조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제암연구기관이 발암물질(MC-LR)로 지정한 마이크로시스틴은 지난 2016년 2월 창원시 한 아파트 수돗물에서 검출된 적이 있다. 사단법인 시민환경연구소가 한국과학기술원에 맡겨 분석한 자료를 보면, 당시 표본을 채취한 8가구 가운데 1차 조사에서 4곳, 2차 조사 6곳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캘리포니아주 음용수 기준치(0.03ppb)를 초과했다.

김광수 남종영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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