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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녹조 속 ‘독조’…“당장 추석 차례상 음식이 걱정”

등록 2022-09-10 08:00수정 2022-09-10 10:33

[한겨레21]
낙동강 물로 재배한 쌀·채소에서 발암물질 검출
환경단체 “독성물질 포함된 농산물 생산·유통 현황 공개해야”
녹조로 뒤덮인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변 도동선착장. 최상원 기자
녹조로 뒤덮인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변 도동선착장. 최상원 기자

추석은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라고 하죠. 그런데 2022년 추석을 맞는 낙동강권역 주민들은 그렇게 기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마이크로시스틴으로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것은 아닐까”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요. 2012년 4대강 사업이 끝난 이후 해마다 낙동강에 대규모 녹조현상이 발생하더니 갈수록 심해져서 결국 낙동강 물로 재배한 쌀과 채소에서까지 녹조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기 때문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은 2022년 3월22일 “낙동강 하류 지역에서 낙동강 물로 생산한 쌀을 이승준 부경대 교수(식품영양학과) 연구팀에 의뢰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허용치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2021년 말 낙동강 중하류 지역에서 낙동강 물로 재배한 무·배추 등 채소 성분 분석에서도 허용치를 초과하는 수준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어요.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남세균이 생성하는 대표적 독성물질인데, 청산가리 20~200배 수준의 맹독성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체에 흡수되면 간·폐·혈청·신경계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치고, 정자·난자를 감소시키거나 변형시키는 생식 독성도 갖고 있답니다.

낙동강 하류 지역 2곳에서 낙동강 물로 생산한 쌀을 성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쌀에서 ㎏당 2.53~3.18㎍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습니다. 어른 1명이 하루에 쌀 300g을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간 병변은 허용치의 1.97~2.48배, 생식 독성은 7.02~8.83배 초과하는 수치입니다. 이승준 교수 연구팀은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보호국, 세계보건기구 등의 기준을 적용해 분석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농업용수와 농산물에 대한 녹조 독소의 잔류기준이 아직 없기 때문이죠.

2021년 말 낙동강 중하류 지역에서 낙동강물로 재배한 무·배추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당 각각 1.85㎍과 1.1㎍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어른이 분석 대상 쌀(300g)과 무·배추(100g)를 함께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간 병변은 허용치의 3.25배, 생식 독성은 11.56~20.81배 초과하는 수치입니다.

앞서 2008~2012년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집중 투자를 통해 4대강 사업이 완공되는 2012년에는 좋은 물(2급수) 달성 수준을 83~86%로 향상시키겠다”고 홍보했습니다. 당시에도 강물을 보로 막으면 수질이 더 나빠질 거라는 우려가 쏟아졌으나, 정부는 “보를 막는다고 반드시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오염원 관리, 유량 변화 등에 따라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 특히 갈수기에는 확보된 수량을 하천 유지용수로 방류함으로써 수질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죠.

그러나 4대강 사업 완공 10년을 맞은 올해 낙동강은 정반대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낙동강을 ‘수영할 수 있는 좋은 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이후 해마다 발생하는 녹조현상 때문에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뿐, 낙동강에서 수영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네요. 오히려 최근에는 낙동강 물을 정수한 대구 수돗물에서까지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습니다.

환경운동연합·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 등은 8월4~6일 부산 낙동강 하굿둑부터 경북 영주시 영주댐 상류까지 낙동강 본류 전체 구간을 훑으며 30개 지점의 강물과 12개 지점의 퇴적토를 채취해, 역시 이승준 교수 연구팀에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이번 분석은 미국 환경보호청(USEPA)의 물놀이 기준과 음용수 기준을 적용했어요.

분석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은 물론 신경독소인 아나톡신, 신장을 망치는 실린드로스퍼몹신, 알츠하이머·루게릭병 같은 뇌질환을 일으키는 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BMAA) 등 남세균의 대표적 독소 네 종류가 모두 나왔습니다. 특히 낙동강물로 농사짓는 경남 양산시 논에서는 5079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어요. 이는 미국 환경보호청 물놀이 기준(8ppb)의 635배에 이르는 농도입니다. 물놀이 기준보다 엄격한 음용수 기준(1.6ppb)을 적용하면 수천 배에 이르는 수치이고요. 농업용수를 취수하는 대구 달성군 도동양수장 인근 강물에서도 3922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수돗물 원수를 취수하는 경북 고령군 매곡취수장과 경북 구미시 해평취수장 인근에선 실린드로스퍼몹신도 검출됐어요.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2022년 4월14일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기자회견을 열어 “녹조 독성물질에 대한 국가 차원의 허용기준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아이들이다. 이를 방관하는 것은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녹조 독성물질에 관해 안전하면서도 객관적인 기준안을 신속히 마련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 녹조 독성물질이 포함된 농산물의 생산 현황, 유통 상황 등에 대한 신속한 실태 조사와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경남지역 환경단체 모임인 ‘낙동강경남네트워크’도 농산물에 대한 녹조 독성물질 검사와 유통경로 파악, 녹조 독성물질 관리기준 마련, 낙동강 수변공원에 녹조 독성물질 안내판 설치, 낙동강 보 수문 개방 등을 정부와 경남도에 요구했습니다. 다섯 살 쌍둥이 등 세 아이의 엄마인 사공혜선 김해·양산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낙동강에서 취수한 수돗물에 발암성 독성물질이 들어있다는데, 어떻게 이 물을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겠어요. 정부가 국민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권하려면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도록 책임도 져야죠”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0년 동안 국가는 예견된 환경재난을 방치했다. 환경재난은 규모가 커져 이제 사회재난이 돼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강이 병들면 사람도 병든다’는 것은 상식이다. 국민이 건강해지려면 강을 되살려야 한다. 강을 살리는 가장 확실하면서도 간단한 방법은 다시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낙동강을 4대강 사업 이전 상태로 재자연화해야 한다는 것이죠.

쌀과 채소에 마이크로시스틴이 함유돼도 눈에 보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안전한 것은 결코 아니죠. 낙동강 물로 재배한 쌀과 채소가 낙동강권역에만 유통되는 것도 아니고요. 당장 추석 차례상에 올릴 음식이 걱정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4대강 재자연화는 친수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며 “이명박 대통령께서 하신 4대강 보 사업을 잘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걱정입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대구 달성군 달성보 선착장 부근에서 채취한 낙동강 퇴적토. 시커멓게 썩은 흙 속에서 4급수 지표종인 깔따구 애벌레와 실지렁이가 나왔다. 최상원 기자
대구 달성군 달성보 선착장 부근에서 채취한 낙동강 퇴적토. 시커멓게 썩은 흙 속에서 4급수 지표종인 깔따구 애벌레와 실지렁이가 나왔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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