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서구 햇빛따라마을도서관 모습. 김규현 기자
대구시의 작은도서관 운명은 어떻게 될까?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 올해 본예산에는 작은도서관 지원 예산이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구·군 작은도서관 활성화 지원 사업’이란 이름으로 약 2억여원의 사업비가 편성·집행된 바 있다. 작은도서관 예산 전액 삭감은 ‘작은도서관 진흥법’ 제정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현재 대구시에는 265곳의 작은도서관이 있다.
애초 작은도서관 담당 부서인 대구시 교육협력정책관실은 예산 편성 당시 지난해보다 더 많은 3억원의 예산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은도서관 지원 사업이 보조사업 성과 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받은 점을 고려했다. 작은도서관이 지원 사업 목적인 풀뿌리 보육과 교육 등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마을 축제 공간이나 학부모들의 자기 계발 공간으로 제구실을 한다고 봤다는 뜻이다.
예산 삭감 결정을 한 대구시 예산담당관실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작은도서관 예산은 큰 금액이 아니라서 구·군 예산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에서는 대구대표도서관, 공공도서관 등에 주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작은도서관 한 곳당 평균 100만원 정도 지원하는 금액 정도는 구·군 자체 예산으로 충당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작은도서관 쪽은 반발한다. 서구에서 14년째 운영 중인 햇빛따라마을도서관의 이옥희 관장은 “매년 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아왔다. 감액도 아니고 전액 삭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경래 만평주민도서관장도 “(보조금 삭감으로) 도서 구매 등 활동이 위축될 것은 뻔하다”고 말했다. 박성원 대구시작은도서관협의회 의장(그나라어린이도서관장)도 “작은도서관 자체를 (대구시가) 부정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대구시 교육협력정책관실 쪽은 “공립 도서관이 채우지 못하는 빈 곳을 작은도서관이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추경에서 꼭 (작은도서관 지원 사업비가) 편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만 했다.
앞서 서울시 역시 작은도서관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달 20일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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