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문현동의 나사함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발달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의 원룸. 화장실·세탁기·냉장고 등이 있다. 김광수 기자
“이제 나만의 방을 가져서 너무 좋아요.”
지적 장애인 김아무개(36)씨가 느리지만 또렷한 말투로 말했다. 혼자 생활하기 힘든 김씨가 부모에게서 독립해 생애 처음 마련한 방은 부산 남구 문현동 주택가에 자리한 ‘나사함복지재단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이다.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은 장애인들이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가정생활과 사회활동 등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일반 주택에 장애인 4명과 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재활교사 1명이 함께 거주한다. 부모에게서 독립을 원하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중증 장애인 자녀를 돌보기 힘든 고령의 부모들도 선호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 700여곳이 있다고 한다.
김씨가 입주한 공동생활가정은 여느 공동생활가정과 다르다.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지적·자폐성 발달장애인 8명이 각각 독립적인 공간(방)을 소유한다. 공동생활가정에 입주한 장애인 모두가 1인실을 갖는 것은 이곳이 유일하다.
전국 최초 1인 1실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에서 발달장애인들이 동아리 활동의 하나인 다도수업을 받고 있다. 나사함복지재단 제공
지난 7일 둘러본 이곳은 4층 건물이다. 1층은 여가활동 등을 함께 하는 공간이다. 2~4층에 28㎡(8평)형 6개와 32㎡(10평)형 4개 등 원룸 10개가 있다. 원룸마다 세탁기·주방·에어컨·냉장고·화장실이 있다. 8개 원룸엔 남자 5명과 여자 3명 등 8명의 발달장애인이 각각 거주한다. 나머지 원룸 2개는 재활교사가 사용한다. 윤인선(59) 재활교사는 “장애인들이 복지관·체험활동 등을 한 뒤 돌아오는 오후 5시부터 복지관 등으로 가는 다음날 오전 9시까지 함께 머무르며 식사를 챙기고 교육·취미활동·생활훈련 등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 입주하려면 주택 면적에 따라 682만~2천만원의 보증금을 맡기고 매달 10만~20만원의 임대료를 낸다. 계약기간은 2년이지만, 횟수 제한이 없다. 나사함복지재단은 “지난 1월부터 운영을 했지만 안전사고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사고 비결은 촘촘한 안전시스템이다. 입주자들 손목엔 실시간 위치확인에다 심장박동·산소포화도·낙상·수면패턴 등을 측정하거나 감지해서 재활교사한테 신호를 보내거나 알려주는 전자기기가 달렸다. 재활교사가 바로 신호가 울린 방으로 찾아가 긴급 조처를 한다.
부산 남구 문현동의 나사함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발달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의 원룸. 김광수 기자
1인 1실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은 나사함복지재단이 추진했다. 김종윤 재단 이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 3곳을 임대해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3곳을 운영해보니 화장실 쟁탈전이 벌어지고 텔레비전 등 공유물품 사용을 두고 이용자 간 갈등이 자주 발생하고 이용자 사생활 보호가 힘든 등 개선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3곳의 공동생활가정을 한곳에 모아서 1인 1실을 운영하면 장애인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재활교사 2~3명이 협력해서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수월한 점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지난 여섯달 동안 1인 1실 공동생활가정에서 일어난 변화는 무엇일까. 윤인선 재활교사는 “몸이 불편한 발달장애인들은 화장실을 오래 사용하는 편인데 아침마다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은 사라졌고 입소자끼리 다투는 사례가 거의 없다”고 했다. 방대유 재단 대표이사는 “재활교사 처우 개선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부모가 사망했거나 주중 공휴일과 주말에 갈 곳이 없는 장애인들이 공동생활가정에서 계속 머물 수 있게 정부와 자치단체가 재활교사를 추가로 배치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