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 구포시장 근처 옛 구포개시장의 동물복지센터 예정지. 현재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영동 기자
지난 29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 근처 옛 구포개시장 거리. 식용 개 판매업소들이 줄지어 있던 곳은 공영주차장이 들어서 있었다. 공영주차장 건너편 동물복지센터(센터)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빈터는 임시 주차장이 돼 있었다.
“지으려면 공원이나 주민 쉼터 같은 걸 해야지, 뭔 개를 위한 시설을 짓겠다고. 터무니없는 짓 하다가 엎어져버렸어.” 주차장 앞에서 만난 김진호(73)씨가 말했다.
한국전쟁 이후 남부권 최대 규모의 개시장이었던 구포개시장은 2019년 7월 완전히 폐업했다. 부산시와 북구, 동물보호단체 등과 상인이 2년여 동안 협의 끝에 개고기 도축·유통·판매 중단 등 폐업에 동의해서다. 부산시 등은 곧바로 995㎡의 터에 동물병원, 동물보호시설, 반려동물 교육센터 등을 갖춘 4층 높이의 동물복지센터 건립을 계획했다. 동물 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구포개시장을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사업은 첫 주민설명회에서부터 휴게·편의시설을 원하는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사업에 참여했던 북구의 한 공무원은 “주민자치위에 센터 건립 동의 여부를 묻는 공문 작성조차 어려웠을 정도”라고 전했다. 부산시와 북구는 이후에도 10차례 넘게 설명회와 간담회를 열었지만, 끝내 주민 동의를 받지 못했다. 결국 이 사업은 무기한 연기됐고, 2021년엔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 인프라 사업’에 선정돼 받은 국비 6억원도 반납하면서 사실상 사업이 무산됐다. 이 터는 지금까지 임시 주차장으로 방치되고 있다.
부산 북구 구포시장 근처 옛 구포개시장의 식용 개 판매업소 모습. 부산시 제공
동물복지센터가 무산됐지만 북구는 옛 개시장 근처 도심 숲속 산책로 일부 구간(1㎞)에 반려동물과 걷기 좋은 보행환경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동물 사랑 축제를 여는 등 반려동물 친화도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포개시장 폐업 운동을 펼쳤던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의 심인섭 대표는 “(동물복지)센터가 들어섰으면 구포시장 활성화 등 직간접적으로 주민에게 돌아갈 혜택이 더 많았을 것”이라며 사업 무산을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동물 학대의 공간에서 생명 존중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동물복지센터의 건립 상징성은 여전하다. 북구와 구의회가 더 적극적으로 (센터 건립에)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기수 북구의회 의장은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반려동물 친화도시 조성 쪽에 무게를 두고 주민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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