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새벽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성공 유치 시민응원전’에 참석한 시민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차 투표에서 개최지로 선정됐다는 발표 결과를 접하자 침통해하며 울먹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에 나섰던 부산이 예상과 달리 1차 투표에서 29표에 그치며 탈락하자, 부산 시민들은 경쟁 도시들보다 늦게 시동을 건 정부와 부산시의 유치 활동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유치전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주요 인사들을 상대로 한 대면 설득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보다 뒤진 게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의 탈락이 확정된 29일 새벽 “세계박람회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정해놓고도 사우디보다 1년이나 늦게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선 점은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외교가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약속을 뒤늦게 우리가 나서서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 정부는 지난해 7월 국무총리 직속 정부 유치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유치 활동을 시작했다. 2030년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계획안이 기획재정부 승인을 받은 지 4년3개월 만이다. 반면 우리보다 한참 뒤에 유치 의사를 밝힌 사우디아라비아는 본격 유치 활동은 우리보다 1년 이상 앞서 시작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막강한 오일머니를 앞세워 지구를 한바퀴 돌았다.
부산시의 대응도 신속하지 못했다. 2014년 8월 1개팀으로 출범한 박람회 유치 전담조직은 지난해 8월에야 1본부 4과 13개팀을 갖춘 ‘2030엑스포추진본부’로 격상됐다. 시 관계자는 “유치전에 뛰어든 뒤 선거로 두차례 시장이 바뀌고, 직원 성폭력 사건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시장까지 나오면서 컨트롤타워가 안정성을 유지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박람회 유치에는 실패했으나 부산시가 얻은 것도 있었다. 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들을 상대로 한 정부·기업·지방자치단체 유치단의 홍보 활동 덕에 국제관광도시로서 부산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한 것도 그중 하나다. 방탄소년단(BTS) 등 아이돌 스타들의 홍보 활동도 전세계 한류 팬들을 중심으로 부산의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유치 활동 과정에서 여야 합의로 가덕도 신공항의 개항 시기를 애초 2035년에서 2029년 12월로 앞당긴 것, 지지부진하던 북항 재개발사업이 궤도에 오른 점도 세계박람회 유치 도전을 통해 얻은 성과라고 부산시는 자평한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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