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을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들. 왼쪽부터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인선 미래통합당 후보, 홍준표 무소속 후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갑자기 나타나기 전까지 대구 수성구을 선거구는 미래통합당 후보의 승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이상식(53)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인선(60) 미래통합당 후보, 홍준표(65) 무소속 후보의 삼파전이 벌어지면서 수성구을은 대구 선거구 12곳 가운데 뜨거운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의 선거공보물 첫장을 보면 각 후보의 노림수를 엿볼 수 있다. 민주당 이 후보는 ’상식이 통하는 대구 새로운 희망의 시작’을 내세웠다. 민주당에게도 기회를 좀 달라는 호소다. 통합당 이 후보는 ’미래통합당으로 정권교체’를 외친다. 대구에서 통합당 공천이 가장 큰 무기인 점을 활용한 구호다. 홍 후보는 ’타도 문재인 선택 홍준표’를 굵게 적어놨다. 자신과 문재인 대통령이 비슷한 체급이라는 의미다. 상식(민주당 이 후보), 정당(통합당 이 후보), 인물(홍 후보)은 세 후보를 각각 관통하는 열쇳말이다.
민주당 이 후보는 대구지방경찰청장과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장, 통합당 이 후보는 경북도 경제부지사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을 지냈다. 둘 다 출마 이력은 한 차례밖에 되지 않지만 대구에서 꽤 오래 활동했다. 반면 홍 후보는 공직선거에 여덟 차례나 출마했고, 경남도지사와 당 대표 등 굵직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고향이 경남이고 대구에 온 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홍 후보는 애초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에 출마하려고 했다. 하지만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의 ‘험지 출마’ 요구에 경남 양산시을로 방향을 틀었다가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후 그는 대구 수성구을로 넘어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대구의 부자들이 많이 사는 수성구에 출마해서 그런지 몰라도 후보들의 재산은 많은 편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은 통합당 이 후보 52억원, 홍 후보 32억원, 민주당 이 후보 28억원 순으로 많다. 세 후보 가운데 전과가 있는 후보는 정치를 가장 오래한 홍 후보 뿐이다. 홍 후보는 1998년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여론조사에서는 통합당 이 후보와 무소속 홍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이 후보가 바싹 추격하는 상황이다. 〈KBS〉, 〈CBS〉, 〈영남일보〉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에이스리서치에 맡겨 지난달 28~30일 벌인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35.5%)와 통합당 이 후보(34.4%)는 초접전 양상이었고, 민주당 이 후보는 23.9%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사진 선거관리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