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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코로나19 확진자가 확 준 까닭은요

등록 2020-04-17 20:31수정 2020-04-18 16:46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지난달 2일 대구시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 주차장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운전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달성군 제공
지난달 2일 대구시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 주차장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운전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달성군 제공

“어제 하루 대구에서 추가 확진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17일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날 0시 기준 대구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6827명입니다. 이 가운데 5626명(82.4%)은 완치 판정을 받고 집에 돌아간 ‘격리해제자’입니다. 대구의 격리해제 비율이 전국 평균(73.6%)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습니다.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는 아직 1042명(15.3%)이 남아 있습니다. 나머지 159명은 코로나19로 안타깝게 숨진 확진자들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서 취재하고 있는 김일우입니다. 대구에서는 지난 2월18일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을 시작으로 매일 수백명씩 확진자가 쏟아졌습니다. 정점은 하루 만에 확진자 741명이 나온 2월29일이었습니다. 이후 추가 확진자는 지난달 7일부터는 두자릿수, 지난 8일부터는 계속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습니다. 추가 확진자가 아예 없는 날도 간혹 있습니다. 2월25일 “대구 봉쇄”(홍익표 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이야기가 나왔던 그 대구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대구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은 모든 이들의 노력 덕분입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무원 모두 밤잠을 설치며 대구에서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애썼습니다. 전국에서 달려온 수천명의 의료인이 대구의 의료인들과 함께 확진자를 돌봤습니다. 다른 지방정부에서도 앞다퉈 대구의 확진자를 받아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구호품과 생필품 등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누구보다 두 팔을 걷어붙이고 대구를 도왔던 광주에 대한 기억은 오랫동안 대구시민들의 마음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대구에서는 두번의 큰 고비가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확산의 진원지였던 신천지 사태였습니다. 초기에 신천지 교인 10명을 검사하면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대구시는 1만명이 넘는 대구의 신천지 교인을 한명도 빠뜨리지 않고 전수 검사를 했습니다. 신천지 교인 1만명을 찾아서 전수 검사하고 격리하는 데는 한달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대구의 누적 확진자 가운데 신천지 교인은 무려 4259명(62.4%)이나 됩니다.

두번째는 환자 치료 문제였습니다. 대구시는 처음에 확진자를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했지만, 곧 병상은 꽉 찼습니다. 집에 머물며 병상이 나기만을 기다리는 확진자가 2천명에 육박했습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는커녕 가족 간 감염을 걱정했습니다. 이에 정부와 대구시는 지난달 1일 특단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각종 숙박시설을 생활치료센터로 만들어 경증 확진자를 수용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갈 곳이 없어 집에 있던 확진자는 급격히 줄었습니다.

대구에서 이번 사태를 겪으며 그동안 부정적으로만 봤던 ‘보수성’과 ‘폐쇄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대구라는 도시의 특성입니다. 보수적인 대구시민은 관에 협조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대구시가 외출 자제를 요청하자마자 대구가 유령도시로 변한 이유입니다. 지난달 첫째주 대구의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이용객은 각각 평소의 31.8%와 25.4%까지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대구의 고속시외버스와 철도 이용객도 각각 평소의 5.2%와 10.4%로 급감했습니다. 자기 집 주변에 생활치료센터가 들어서도 주민들은 반발하지 않았습니다. 대형마트에서 극심한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구시민들은 깜짝 놀랄 정도로 침착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구에 사는 사람 대부분은 대구, 경북, 경남 등 주변 지역 출신입니다. 관광객이나 방문객도 별로 없는 폐쇄적인 도시입니다. 그 안에서 대구시민들은 좀 ‘넓게’ 사는 편입니다. 대구의 면적은 883㎢로 서울(605㎢)보다 큽니다. 하지만 대구에는 243만명, 서울에는 973만명이 삽니다. 대구의 인구밀집도는 서울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구가 아닌 서울에서 이런 일어 벌어졌다면 피해는 훨씬 더 컸을 것입니다.

‘공공의료’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이 듭니다. 대구에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상급 종합병원이 5개나 있습니다. 전국 6개 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은 수입니다. 하지만 지난 5일 기준 대구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입원한 병원은 대구시가 운영하는 대구의료원입니다. 광주나 대전 등에는 없는 지방 의료원입니다. 2010년 3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대한적십자사가 대구적십자병원을 적자 등의 이유로 폐쇄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니 아쉽습니다. 

김일우 전국부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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