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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한국 ‘기후 악당’ 될 셈일까…탄소배출량 10위, 책임의식은 실종

등록 2022-12-09 21:35수정 2022-12-09 22:11

경제규모 10위, 탄소배출량 10위…COP27 존재감 약해
[한겨레S] 친절한 기자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1월15일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1월15일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이집트 해안 도시 샤름엘셰이크 취재를 다녀왔다. 11월이지만 이곳은 살갗이 탈 정도로 햇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이었다. 이곳에서 기후변화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전세계 198개국이 무릎을 맞대고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협상과 회의를 잇따라 열었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라는 이름의 이 회의는 코로나19로 모일 수 없었던 2020년을 제외하고 1995년부터 대륙별로 돌아가며 매년 열리고 있다. 애초 11월6~18일로 예정됐던 총회는 이틀을 넘겨 20일에 막을 내렸다.

‘글로벌 핫이슈’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이 총회 현장에서 한가지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것은 한국 정부의 존재감을 좀처럼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은 지난해 경제 규모 세계 10위,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달러(약 4600만원)의 고소득 국가인데다 주요 20개국(G20)에 속하는 등 주요 국가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 이면에는 이산화탄소 배출 책임도 있다. 지난해 한국의 탄소배출량은 6억1600만톤으로 세계 10위다. 이는 영국(3억4600만톤), 네덜란드(1억4100만톤), 벨기에(9500만톤), 그리스(5600만톤) 등 4개국의 배출량을 합친 것(6억3800만톤)과 비슷한 규모다. 또 지난해 한국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11.9톤으로 오스트레일리아(15.1톤), 미국(14.9톤), 캐나다(14.3톤), 룩셈부르크(13.1톤)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 5위다. 하지만 정작 이런 사실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외국의 기후운동가들에게 이런 사실을 말하면 놀랄 정도로 한국의 높은 배출량 규모가 아직 잘 인식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한국은 경제적으로 ‘능력’이 되고, 탄소 배출에 있어서도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는 만큼 국제사회에서 존재감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이번 총회 핵심 이슈는 ‘손실과 피해 기금 신설’ 의제였다. 지난달 16일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역할과 관련한 질문에 한국 대표단의 수석대표인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신규 재원 수립이 결정되면 우리나라도 어떤 기여를 할지 관계 부처가 협의해 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으로, 지원할 능력과 탄소 배출 책임이 있는 국가로서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어떠한 의지도 읽을 수 없는 답변이었다.

총회 마지막날 이 ‘손실과 피해 기금 신설’이 합의문에 담기는 성과가 있었다. 이제 능력과 책임이 있는 한국 정부는 이 기금에 얼마나 기여할지 답해야 한다. 기후위기가 인류의 피부에 와닿고 있는 현재,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으면서 대응에 소극적인 나라는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나라는 박수를 받는 것이 현재의 분위기다. 한국 정부는 악당이 되는 길을 택할 것인가, 박수받는 길을 택할 것인가. 또 내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릴 28차 당사국총회(COP28)에서도 여전히 존재감이 없을 것인가.

김규남 기후변화팀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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