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성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적 해석으로 사건 본질과 상관없이 불필요한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굉장히 유감이다.”
여성 직원 성추행을 시인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퇴 시점(23일)을 두고 ‘오 전 시장이 총선 뒤로 제안했다’는 보수언론 보도와 관련해, 피해자 쪽이 강하게 부인하며 유감을 표시했다.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부산성폭력상담소 서지율 상담실장은 24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오 시장의 사퇴일을 ‘4월 말까지’로 제시했다. 애초 피해자는 사퇴일을 정한다는 생각조차 없었는데, 상담소와 의논하면서 기한을 정해 (이달 말로) 제안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증 내용도 오 전 시장이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4월 말까지 사퇴한다는 게 전부다. (사퇴 날짜를 정하는) 이 과정에서 회유와 협박은 없었다. 오 전 시장 쪽 관계자와 소통해 협상했다”고 덧붙였다.
서 실장은 “이 사건의 전말은 가해자가 처벌받고, 피해자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전부다. 피해자는 총선에 관심이 없었다. 자기 삶이 걸린 문제를 마무리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총선 등 정치적 영향과 엮으려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을까 걱정돼 피해자 입장문에서도 이 내용을 썼다. (근거 없는 추측성 주장을) 제발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는 지난 23일 상담소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총선 시기를 연관 지어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움직임이 있다. 분명하게 말한다. 정치권의 어떤 외압과 회유도 없었으며, 정치적 계산과도 무관하다.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오 전 시장을 고소할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서 실장은 “경찰이 내사 착수했다는 상황은 알고 있다. 오 전 시장이 어제 사퇴했기 때문에 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피해자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고민하고 있다. 일단 이번주는 피해자를 추스르는 데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퇴 기자회견과 관련해서는 “22일 오 전 시장 쪽이 내일(23일) 사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해 피해자도 동의했다. 다만 문구나 시간은 조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상담소 쪽은 전날에도 오 시장이 밝힌 ‘불필요한 신체 접촉’ ‘경중에 관계없이’란 표현에는 문제가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서 실장은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가 빨리 일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은 이미 사퇴를 했다. 남은 피해자는 보호받아야 한다. 용기와 지지를 바탕으로 피해자가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부산시가 직속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구성, 조직문화 개선 등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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