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가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문건과 관련해 답변을 계속 요구한 언론을 “어용”이라고 언급해 입길에 올랐다.
박 예비후보는 10일 오전 10시 부산시의회 3층 브리핑룸에서 ‘데이터 기반 경제로 인공지능 산업 육성’ 등을 뼈대로 하는 9차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박 예비후보가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오전 10시30분께 나가려고 하자 한 방송사 기자가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사찰 문건을 보여주며 입장을 물었다.
문건은 2개인데 국정원이 2009년 6월26일과 7월8일 작성한 것으로 ‘4대강 사업 찬반단체 현황 및 관리방안’, ‘4대강 사업 주요 반대인물 및 관리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홍보기획관이 요청한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이 박 예비후보였기 때문에 방송사 기자는 박 예비후보의 입장을 들으려 했다.
박 예비후보는 “문건을 대변인실로 보내주면 검토하고 답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방송사 기자가 물러서지 않자 그는 “문건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갑자기 불쑥 답을 달라 하는 건 심하지 않으냐. 이 자리에서 다투자는 거냐”고 항의했다.
카메라 기자를 포함한 방송사 취재팀은 박 예비후보를 복도까지 따라가며 거듭 질문했고, 이 과정에서 접근을 막으려는 박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들과 방송사 취재팀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취재팀은 3층 계단을 따라 차량이 대기 중인 1층으로 가는 박 후보에게 따라갔고, 이에 박 예비후보는 “이러니 어용 방송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난 뒤 박 예비후보가 캠프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이 방송사 취재팀에 연락했고, 박 예비후보는 오전 11시30분께 기자에게 사과를 했고 5분여 동안 인터뷰를 했다.
박 예비후보 쪽 관계자는 “잘 모르는 사안이니 문건을 먼저 캠프에 보내주고 정식 인터뷰를 요청하라고 몇 차례 말했는데 방송사 기자가 추궁하듯이 계속 질문을 하니까 감정이 격해져서 실수가 있었다고 한다. 후보자가 해당 기자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고 해명했다.
현장에 있었던 한 취재기자는 “다소 거칠게 취재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공당의 후보가 거칠게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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