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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국외 호평에 문학도 ‘차트 역주행’!

등록 2021-07-16 05:00수정 2021-07-16 13:34

[책&생각]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밤의 여행자들
윤고은 지음/민음사(2013)

소설 읽기에 좋은 계절이다. 전통적으로 여름 휴가철은 문학 성수기다. 모처럼 휴가를 맞이해 긴 호흡의 독서를 할 여유가 생기고, 판타지, 스릴러, 에스에프(SF) 등 무더위를 잊기에 제격인 장르 소설들이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모처럼 다양한 소설책들이 올라가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책은 <밤의 여행자들>이다. 2013년 처음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인 이 소설은 얼마 전 영국 추리작가협회(CWA)에서 주관하는 ‘대거상(The CWA Dagger)’ 번역추리소설 부문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역주행’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은 영어로 번역된 외국 추리 문학 가운데 뛰어난 작품에 주는 상이다.

<밤의 여행자들>은 우리가 최근 경험하고 있는 ‘재난’과 우리가 매일 그리워하고 있는 ‘여행’을 결합한 흥미로운 스릴러 소설이다. ‘재난 여행’이라는 해괴망측한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여행사의 프로그래머인 주인공이 사막에 있는 싱크홀로 출장 겸 여행을 떠났다가 그곳에서 고립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화산, 지진, 가뭄, 태풍, 쓰나미 등 재난의 종류를 서른세 가지로 나누고 거기서 152개의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있을 법하면서도 없을 것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수많은 생명이 희생당하는 가장 밑바닥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돈벌이를 고민하는 인간의 이중적인 본성이 드러난다.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결국 끔찍한 재난을 ‘설계’해야만 하는 추악한 자본주의의 속성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통제 불가능한 재난이 상품이 되고, 재난을 소비하면서 불안을 씻어내는 현대인들의 우울한 초상이 작품 속에 잘 나타나 있다.

‘한겨레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가 윤고은의 장편소설’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밤의 여행자들>은 출간 후 8년 동안 약 1만 부 정도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거상 수상 소식 이후 판매량이 급상승하고 있다. 국내 주요 문학상 수상 소식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독자들이 해외 주요 문학상 수상 소식에 호응하고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들어 우리나라 작가의 문학 작품들이 영미권이나 유럽권에서 번역되어 출간되고, 해외 출판사로부터 작품의 가능성을 인정받거나 해외 문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우리나라에서도 역주행 인기를 얻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손원평의 <아몬드> 등도 비슷한 사례였다.

<뉴욕타임스>는 자사 홈페이지에 ‘세계 곳곳을 여행하기’(Globetrotting)라는 별도 페이지를 만들어 영미권 출판시장에서 최근 출간되었거나 출간 예정인 번역서들 가운데 눈길을 끌 만한 작품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작가의 작품으로는 정영문의 <오리무중에 이르다>(Arriving in a Thick Fog), 이소호의 시집 <캣콜링>(Catcalling),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My Brilliant Life),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Shoko’s Smile), 황석영의 <수인>(The Prisoner)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작품들 가운데서도 ‘차트 역주행’을 할 작품이 곧 나오지 않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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