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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요즘 베스트셀러 작가의 공통점은 ‘가명’ 또는 ‘필명’

등록 2023-11-10 05:01수정 2023-11-10 09:58

‘바늘이야기 김대리’ 유튜브 갈무리.
‘바늘이야기 김대리’ 유튜브 갈무리.

‘엔(N)잡’ 또는 ‘부캐’는 요즘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용어들이다.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젊은 세대는 한 가지 일에 만족하지 못하며, 낮에는 돈 버는 일을 하고 밤에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 ‘덕업일치’를 통해 덕질(한창 빠져 있는 취미 활동)과 일을 결합한다.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하지만, 밤이 되면 작가로 변신해 웹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웹툰이나 웹소설 작가 가운데는 자신의 본명을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가 드물다. 낮과 밤에 다른 이름을 쓰면서 다양한 캐릭터로 사는 것을 즐긴다. 온라인 세계에서는 이미 ‘가명’이나 ‘필명’을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면, 일반 단행본 작가 가운데서도 가명이나 필명을 쓰는 작가들이 최근 부쩍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9일 기준 알라딘이 집계한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10위권 안에 드는 책들의 저자명은 다음과 같다. 1위 ‘김대리의 데일리 뜨개’는 ‘바늘이야기 김대리’가 썼고, 4위 ‘더 마인드’를 쓴 사람은 ‘하와이 대저택’ 그리고 6위 ‘기적의 자세요정’을 쓴 사람은 ‘자세요정’이다. ‘자세요정’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유명해진 필라테스 강사고, ‘하와이 대저택’은 국내 최고의 마인드셋 전문가로 유튜브 채널을 통해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인플루언서다. ‘바늘이야기 김대리’ 역시 누적 조회 수 5천만 뷰를 자랑하는 유명 뜨개 유튜버다.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든 책 가운데 3권이나 ‘유튜브 채널명’이 저자명으로 표시됐다.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들에게는 엄청난 수익을 벌게 해주는 유튜브 채널명이 자신의 본명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이름으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유명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명 유튜버들은 자신의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홍보를 시작한다. “2주 뒤에 책이 나온다”, “책이 나오면 구독자분들은 꼭 사서 읽고 댓글을 남겨주면 좋겠다”,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홍보해야 한다” 등, 팬덤 구독자들을 최대한 잘 활용해 사전 홍보에 돌입한다. 책이 출간되는 시점에 맞춰 새롭게 업로드되는 영상에는 당연히 책 이야기가 소개된다. 책 출간을 준비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표지에 대한 느낌, 그리고 책에는 적지 못한 이야기 등을 방송을 통해 소개하면서, 책에 대한 궁금증을 높인다. 그리고 그 책들은 출간되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예전에도 물론 필명으로 활동하던 작가들이 있었다. 19세기 영국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도발적인 문제를 제기한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출간 당시 ‘커러 벨’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됐다. 잔혹한 사랑과 복수를 통해 인간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본성을 실감 나게 그려낸 영미 문학계의 또 하나의 문제작 ‘폭풍의 언덕’은 샬럿의 동생인 에밀리 브론테가 썼지만 ‘엘리스 벨’이라는 필명으로 발표됐다. 브론테 자매는 남녀 차별을 피해 자신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필명 뒤에 숨어 작품 활동을 했다. 그런데 최근 작가들은 자신의 존재를 색다른 방식으로 드러내기 위해 가명을 쓴다. 시대에 따라 이렇게 가명이나 필명의 쓰임새가 달라질 줄이야!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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