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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과학기술에 공동체의 숨결을 불어넣다

등록 2021-08-06 04:59수정 2021-08-06 09:19

[한겨레Book] 정인경의 과학 읽기

호흡공동체
전치형·김성은·김희원·강미량 지음 l 창비(2021)

팬데믹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과학기술이 생산되는 맥락을 학습한다.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때마다 데이터와 증거를 기반으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기 분주하다. 이 과정에서 과학자와 공학자, 전문가들의 의견은 서로 다르고, 시민사회의 요구와도 충돌한다. 하지만 완벽한 합의를 이룰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부족하다. 전례 없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공동체를 위한 최선의 대안을 찾아나서고 있다. 이렇게 코로나19는 과학이 하나의 답을 제공하는 완성된 지식이라는 편견을 깨뜨렸다.

과학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현재의 지식이다. 또한 과학의 목표는 모든 이를 위한 과학, 공공성의 추구다. 팬데믹이나 기후변화와 같이 전지구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과학의 공공성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다. 이러한 과학의 공익 추구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데 한국 사회는 아직도 과학과 정치를 연결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긴다. 가치중립적이고 비정치적인 과학은 오늘날 현실 세계에 없는데도 말이다.

<호흡공동체>는 ‘미세먼지와 코로나19, 폭염에 응답하는 과학과 정치’에 관한 보고서다.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전치형 교수와 연구자들은 모두가 숨 쉬는 공기가 재난이 된 시대에 과학의 할 일을 묻는다. 각자도생과 공동체의 갈림길에서 지금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과학은 무엇일까? 이 책은 지난 수년간 관련된 연구를 종합하고 정리하며, 새롭게 알아낸 사실과 대책에 대해 살펴본다. 더 나아가 직접 현장에 찾아가서 연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새로운 과학의 역할과 방향성을 느낄 수 있다.

‘과학의 마음에 닿는’ 몇 가지 연구사례를 소개한다. 콜센터 여성노동자의 집단감염을 조사한 논문에는 그림 한 장이 나온다. ‘구로구 콜센터 11층 좌석 배치도’는 근무환경에 관한 모든 진실을 말해주는 듯해서 눈길을 뗄 수가 없다. 합동조사팀이 대면조사와 현장조사를 통해 파악한 것은 밀접, 밀집, 밀폐의 노동환경이었다. 감시와 통제, 과도한 업무량이 그들을 오랜 시간 자리에 묶어놓고 있었다. 역학조사는 확진자를 찾는 것만이 아니라 “삶의 현장을 관찰하고 기록해서 질문을 던지는 인류학에 가깝다.” 이로부터 우리는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노동현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또한 폭염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인간 폭염센서’ 연구가 있다. 폭염의 뜨거운 공기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내리쬐지 않는다. 노인과 빈곤층, 야외 노동자에게 더 가혹한 현실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정량적으로 측정된 자료가 필요하다. 일명 ‘인간 폭염센서’ 연구에서 시민들은 모니터링 요원으로 나서서 일하는 현장의 온도를 데이터로 모아주었다.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는 삶과 노동의 환경에 따라 체감하는 폭염이 다르다는 것을 숫자와 그래프로 증명하고 있었다.

이때에 “공기과학은 단지 정보와 데이터의 덩어리가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관찰하고 해석하는 과학은 지식이자 실천이고, 앎과 삶을 연결하는 다리다. 반복되는 공기재난의 시대에 공기과학은 더 탄탄한 지식이 더 나은 결정과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은 사회적 행위이고, 가치의 표출이고, 그 자체로 하나의 지향이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의 과학이 우리 곁에서 공동체의 위기를 걱정하고,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응답하고, 가치와 실천을 모색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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