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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서점가 장악한, ‘소원 들어주는 떡집’ 이야기

등록 2021-09-10 04:59수정 2021-09-10 09:48

[한겨레Book]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양순이네 떡집: 만복이네 떡집 4
김리리 지음, 김이랑 그림 l 비룡소(2021)

여기저기서 지친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나라 안팎에서 반가운 소식을 찾기 어렵고,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코로나 블루(우울)’를 넘어 ‘코로나 레드(분노)’, ‘코로나 블랙(절망)’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좀처럼 웃을 일이 없는 팬데믹 시대에 사람들은 어떻게든 눈앞의 고통을 잊고 싶어 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 상상 속에 이루어지는 쾌감을 느끼며 잠시나마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려고 한다. 최근 들어 판타지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문학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21년 가을의 길목에 서점가에는 ‘소원을 이뤄주는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어른들은 잠들면 갈 수 있다는 ‘꿈 백화점’ 시리즈에 열광하고 있고, 어린이들은 신비로운 비밀이 가득한 ‘떡집’ 시리즈에 꽂혀 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시리즈와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얘기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2권이 최근 출간되면서 1권도 다시 베스트셀러 최상위권 목록으로 치고 올라갔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시리즈가 꿈을 사고파는 이야기를 통해 꿈을 잃어버린 세대에게 잠시나마 각박한 현실을 잊게 하는 판타지 소설이라면,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는 의기소침하고 답답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어린이들을 신비로운 상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환상 동화다.

누적 판매 부수 67만 부를 돌파한 김리리 작가의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는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부모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2010년 출간돼 초등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만복이네 떡집>은 처음에는 단행본으로 기획됐지만, 다음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10년 만인 지난해 4월, 2권 <장군이네 떡집>과 3권 <소원 떡집>이 출간됐다. 그리고 올해 8월 <양순이네 떡집>도 탄생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말이 되도록 만드는 매력을 가진 동화는 ‘판타지 문학의 원형’이라고 불린다. 욕쟁이 ‘만복이’, 하는 일마다 잘 안 되는 ‘장군이’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성적인 아이 ‘양순이’까지,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저마다 약점을 하나씩 갖고 있다. 이들이 입이 척 들러붙는 ‘찹쌀떡’, 달콤한 말이 술술 나오는 ‘꿀떡’, 집중력이 팍팍 높아지는 ‘팥떡’ 그리고 용기가 용솟음치는 ‘용떡’을 먹고 나면 마법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소원을 들어주는 삼신할미가 등장하는가 하면, 볼품없이 태어나 사람이 되기를 꿈꾸던 쥐(꼬랑쥐)는 신속 정확하게 소원 떡을 배달해준 대가로 사람(꼬랑지)으로 변신한다. 마음을 졸이며 주인공을 응원하던 어린이 독자들은 행복한 결말을 읽으며 안도감을 느끼고 자연스레 ‘소원의 효능감’을 경험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 편이 되어주고,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떡집 이야기는 이렇게 입소문을 타고 점점 더 퍼져나가고 있다.

“소원을 말해봐! I’m Genie for your Dream” 소녀시대가 불렀던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어느 어스름한 골목길을 가면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그 떡집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 떡집을 찾는다면 어떤 떡을 먹어야 할까. 철없다는 소리를 들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슬그머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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