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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김초엽’이라는 세계

등록 2021-11-12 04:59수정 2021-11-12 09:25

[한겨레Book]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지음 l 한겨레출판(2021)

2021년 늦가을 대한민국 서점가에는 김초엽 열풍이 불고 있다. 그야말로 ‘김초엽 앓이’다. <방금 떠나온 세계>(한겨레출판), <행성어 서점>(마음산책), <지구 끝의 온실>(자이언트북스)이 모두 주요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가 있다. 소설 분야로 압축해보면 10위권 이내에 3권이 자리하고 있다. 이 책들은 신간인데도 고른 판매량을 보인다. 한 작가의 책이 동시에 여러 권 출간되는 것도 신기한 일이고, 출간되는 책마다 모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초엽 작가를 향한 독자들의 기대가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흥미로운 것은 <방금 떠나온 세계>는 ‘단편’ 소설집이고, <지구 끝의 온실>은 첫 ‘장편’ 소설이며, <행성어 서점>은 글과 그림의 조화로운 결합을 표방한 ‘짧은’ 소설집이라는 점이다. 김초엽이라는 세계를 이렇게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독자들 입장에서는 큰 행운이다.

김초엽이 김초엽의 방식으로 빚고 있는 김초엽의 세계는 거침없이 확장하고 있다. 그는 이미 세계적인 작가다. 한국 에스에프(SF)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은 일본, 중국, 대만, 스페인 등에 판권이 팔렸고, 일본에서 이미 출간돼 독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얻었다. 이번에 출간된 신작들 가운데 <지구 끝의 온실>은 출간과 동시에 2백만 엔이 넘는 선인세를 받고 일본 최대 에스에프 출판사인 하야카와 출판사에 판권이 팔렸다. 다른 신작들 역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러브콜’을 받는 가운데, 해외 출판 관계자들은 김초엽의 신간 출간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다면서 연이은 베스트셀러 행진에 경이로움을 나타내고 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가 지난 7월12일부터 8월12일까지 벌인 온라인 독자 투표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이벤트에서도 김초엽은 총 31만394표 가운데 5만679표(10.9%)를 얻어 1위로 선정됐다. 독자들은 왜 김초엽에게 열광하는가? 한국 문학의 ‘혜성’에서 단시간에 한국 문학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김초엽에 대해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포항공대 출신, 기발한 상상력, 낯선 세계, 우주, 장애, 소외된 존재…. ‘에스에프작가’라는 꼬리표가 달린 김초엽의 작품 세계를 상징하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김초엽의 작품을 에스에프라는 범주 안에만 가둘 수는 없다. 최첨단 과학이 만든 신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하더라도,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늘 누군가를 그리고 무언가를 애틋하게 그리워한다. <방금 떠나온 세계>에 등장하는 라이오니가, 마리가, 로라가, 현화와 현지가 그렇다. 소설 속 주인공이 어떻게서든 붙잡고 싶어 했던 것들은 김초엽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 그리고 ‘사랑’이다.

우리가 인지하던, 당연하게 여기던, 그래서 익숙했던 세계. 김초엽 작가는 그 세계를 비틀거나 흔들어서 독자들에게 낯선 경험을 선사한다.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저 멀리 우리가 이미 아는 세계 밖으로 독자들을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 시공간이 다른 그곳에서 ‘방금 떠나온 세계’를 바라보게 만든다. 거부할 수 없는 김초엽의 매력이 한국 출판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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