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손호철/서강대 교수
“현실성 갖춘 의제 내놔야”
“대안 실천 사회적 힘 있나”
“대안 실천 사회적 힘 있나”
진보개혁 세력은 과연 진보적 대안을 갖고 있는가? 지난 1월31일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에서 이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현실성 있는 대안과 전망 제시가 진보개혁 세력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손호철 교수(서강대)는 “이미 존재하는 대안을 실현할 사회적 힘이 없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위기에 맞닥뜨린 진보개혁 세력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논점이었다.
토론에서 박 상임이사는 “지금 비판받고 있는 참여정부의 의제 가운데는 과거 시민단체들이 제시한 방안들이 적지 않다”며 “그런 점에서 시민사회가 과연 대안적이고 실천적인 의제 능력을 갖고 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미 진보세력은 여러 대안을 제시해 왔는데, 이를 사회적으로 구현하고 정치권력에 강제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이 부족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반박했다. 손 교수는 특히 “1980~90년대 시민운동은 구체적 정책능력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기에 수구세력을 눌렀던 것”이라고 강조하고, “제도가 중요하다고 해서 이에 필요한 구체 정책에만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박 상임이사는 “과거에는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 중요했기에 저항의 ‘행동’이 중요했지만, 이제 큰 명분보다 구체적 대안을 내놓는 것이 바로 시대정신인 때가 왔다”며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대로 준비해 제시하는 쪽이 사회적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논쟁은 현재 진보개혁 진영 내부의 두 갈래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도 나왔다. 김호기 교수(연세대)는 “진보개혁 세력이 내건 대안이 과연 실현 가능한지 국민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신사민주의 모델을 적용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경험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면서 이를 생산적으로 응용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대안 궁리와 사회적 힘 비축 문제를 동시에 풀자는 제안도 있었다. 홍성태 교수(상지대)는 “시민운동은 여러 정책 구상과 제도적 대안을 내놓았지만 이를 정치적 영향력으로 바꾸기엔 힘이 부족했다”며 “사회적 힘은 ‘조직’에서 나오는 만큼 노동운동이 사회개혁의 중심으로 나서야 진보개혁 세력이 대안운동에서 정책운동으로 옮겨가는 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안수찬 김진철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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