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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어떻게 하면 독서를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을까?

등록 2021-12-03 05:00수정 2021-12-03 19:08

[한겨레Book] 정인경의 과학 읽기

사X과X책
문병철·이명현 지음 l 유영(2021)

에스에프(SF)소설가 어슐러 K. 르 귄은 과학과 예술을 동의어로 여겼다. 그의 단편 ‘땅속의 별들’에선 주류 사회에서 핍박받는 천문학자의 삶이 그려진다. 창조적인 정신이 지하로 내몰렸을 때 폐허에서도 과학자는 별을 찾아 헤맨다. 사람이 만든 권력에 저항하고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주체로서 과학자는 예술가로 표현되었다. “우리는 땅 위에 사는 거야. 저 위 별들 사이가 아니라고….” 이런 주변의 만류에도 그는 “땅속에 별이 있는 거야.” “단지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봐야 하는지 모를 뿐이지”라고 답한다.

<사×과×책>은 천문학자 이명현과 정치학자 문병철이 쓴 독서법에 관한 책이다. 고교 독서동아리에서 만난 문학청년들이 수십 년 세월을 건너 자기 세상의 별을 찾아나선 이야기다.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으로 갈라놓은 교육환경에서 문과생과 이과생이 의기투합하여 미래 세대를 위한 책을 썼다. 60년대에 태어난 이들은 한국인 저작의 교양서를 처음 접한 세대이고, 독서법 또한 배워본 적이 없다. 아직까지 사회과학 고전이나 과학책 읽기는 진입장벽이 높은 현실이다. 과학책방 갈다 대표이기도 한 이명현은 “나는 천문학을 공부한 과학자이면서 일반인들을 위한 교양과학책을 쓰는 사람이라서 약간의 의무감을 갖고 이 책을 쓴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한다.

과학책은 과학기술과 사회소통이라는 새로운 과학문화를 형성하는 데 주요한 대중매체이다. 최근 과학책 출간 종수와 판매부수, 과학 대중강연, 과학 관련 미디어 콘텐츠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그런데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독자들은 쏟아지는 과학책 속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과학책 분야는 광범위하고, 전문적 지식의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다. 학교나 도서관에서 선생님들도 좋은 책을 큐레이션하고 학생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과×책>은 이런 상황인식에서 “어떻게 하면 독서를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을까”를 모색하였다.

이 책은 ‘갈다식 책 읽기’를 통해 새롭게 개발한 과학적 독서법을 공개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읽기에서 축적된 경험이 녹아있는 독서법인데 독서의 과정을 몇 단계로 세분화해서 효능감을 향상시킨 것이다. 전문가 강의, 다큐멘터리 보기, 서평 쓰기 같은 ‘비독서 행위’를 적극 활용하였고, 개인적 독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공통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글쓰고 토론하는 방식을 도입하였다. 혼자서 읽은 ‘사적인 독서’를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공적인 독서’로 확장하여 스스로 독서를 완성해가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코로나19나 기후위기의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다.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 문화적 자생력을 키우고 새로운 가치체계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이 융합된 독서는 새로운 문화적 가치의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다. 이 책에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진화심리학자 전중환의 <진화한 마음> 함께 읽기를 권장하는데 이러한 시도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와 과학저술가 샤먼 앱트 러셀의 <배고픔에 관하여>를 함께 읽고, 물리학자 맥스 테크마크의 <라이프 3.0>과 정치철학자 김만권의 <새로운 가난이 온다>를 함께 읽는다면 인류가 처한 세계의 문제를 한층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이 문화가 되고 예술이 되기 위하여 독자가 나서서 ‘땅속의 별들’을 발견해주길 바란다.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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