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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내일도 새들이 노래할 거예요

등록 2022-03-18 04:59수정 2022-03-18 09:36

[한겨레BOOK] 우리 책방은요 - 책방오늘,

2018년 9월에 문을 연 ‘책방오늘,’은 인문·문학·예술·그림책을 중심으로 책을 소개하는 큐레이션 서점입니다. 신구간 상관없이 좋은 책들로 서가를 꾸리려 노력합니다. 계절마다 한 작가를 선정하여 책을 소개하고, 격주로 모여 함께 그 책들을 읽어나가는 계절 독서클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창작 워크숍과 작가와의 만남 또한 진행하고 있어요.

재작년에는 책방을 재정비하며 책방 안쪽에 눈송이 스튜디오를 만들었습니다. 모여 앉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 눈송이 스튜디오에는 언제나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서가에서 책을 고르다 문득 고개를 틀면 고요히 내리는 눈을 볼 수 있어요.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을 조금 비껴간 기분이 들고, 마주하는 책들도 조금은 다르게 느껴집니다. 무언가는 잠시 잊고 어떤 것에만 몰두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책방에 처음 방문한 손님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서가를 둘러봅니다. 가끔은 책을 추천해달라고 먼저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추천해 주세요.” “일하느라 너무 지쳤는데 뭘 읽으면 좋을까요?” 한 권씩 소개해가며 손님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책을 함께 찾아봅니다. 책을 추천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지만 즐겁습니다. 나중에 다시 오셔서 추천받은 책이 좋았다고 말씀해 주신 손님도, 다정한 편지를 남기고 가신 손님도 계셨습니다. 그런 날에는 조금 더 힘을 내보게 됩니다. 종일 뭉클한 마음으로 책방을 지키게 됩니다.

단골손님과는 함께 서가를 거닐며 책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어쩐지 그분이 이 책을 좋아하실 것 같다, 생각하며 책을 입고한 적도 여러 번입니다. 그럴 때면 책방은 단지 책을 사고팔기만 하는 공간이 아님을 새삼 깨닫습니다.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 느슨한 연대를 이루는 공간이 되어가기를, 더더욱 그렇게 되기를. 책방의 문을 활짝 열며, 입고된 책을 정리하며, 마감 시간에 문을 닫으며 생각합니다.

책방의 흰 간판에는 상호 대신 ‘내일도 새들이 노래할 거예요.’라고 씌어 있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시티 라이트>에 나오는 대사인 ‘내일도 새들이 노래할 텐데요’에서 비롯된 문장입니다. 영업시간이 끝나고 문을 닫아도 불은 그대로 켜둡니다. 어느 밤, 책방 앞을 지나는 누군가가 읽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책방에서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글·사진 김수지 책방오늘, 매니저

책방오늘,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 154
instagram.com/onul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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