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문고&카페 명동눈스퀘어점에서 고객들이 여유롭게 책을 살펴보고 있다.
‘지역 주민의 사랑방’를 지향하며 오랜 시간 ‘한양문고 주엽점’을 운영해왔다. 그러다 어쩌다 보니 롯데백화점일산과 명동눈스퀘어로까지 책방을 확장하게 되었다. 서울에까지 지점을 낼 정도로 서점 규모가 커진 것이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답한다. 자체적으로 공간을 확보해서 지점을 낸 것이라면 사세 확장이겠지만, 두 지점 모두 롯데백화점과 눈스퀘어 각각의 담당자들이 문화공간의 필요성으로 한양문고에 입점 제안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부담과 감사의 마음을 안고 운영중이다.
‘한양문고&카페 명동눈스퀘어점’은 지난 8월 초에 문을 열었다. 책방이라는 공간은 은근과 끈기로 독자를 기다려야 하는 곳이다. 대형 저자 사인회 등을 수차례 진행하지 않는 이상 단시간 내에 독자들을 끌어당기기 어렵다. 출판사에 연락해 저자 사인회를 진행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러한 행사가 이 책방의 정체성은 아닌 듯싶어 망설여진다.
명동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의 거점 같은 지역이다. 회사도 밀집해 있지만, 그들 모두 정주(定住)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엽점과 롯데백화점 일산점과는 다른 방식으로 책방의 정체성을 잡아야 했다. 수많은 논의 끝에 확정한 열쇳말은 ‘쉼’과 ‘명동을 읽다’였다.
서점 탐방을 즐기는 독자들에게는 미로처럼 복잡한 명동 한복판에서 ‘읽는 쉼’을, 명동 쇼핑을 즐기다 잠시 쉬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마시는 쉼’을 제공하고자 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려는 다른 쇼핑 및 먹거리 매장과 다르게 비어 있는 공간을 충분히 둔 것도 바로 ‘쉼’이라는 열쇳말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책방을 열어 첫 공연으로 ‘황덕호 & 진킴 퀸텟’ 가을 재즈 공연을 기획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사전 신청을 받긴 했지만, 퇴근길 시민이나 관광객이 오가다 발걸음을 멈추고 재즈 리듬에 몸을 맡겼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곳이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공간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곳은 분명 출입구는 있지만 닫힌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일부러 찾아 주면 가장 좋겠지만, 발길 이끄는 대로 명동을 찾은 사람들이 책방에 들러 차도 마시고 책도 읽으면 좋겠다.
책방지기는 첫 공연으로 ‘황덕호 & 진킴 퀸텟’ 가을 재즈 공연을 기획했다.
도서 진열도 서가에 많은 책을 꽂아 놓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 전면 진열해 놓거나 큐레이션에 따라 도서를 분류해서 꽂아 놓은 형태이다. 광고 도서도 없고, 신간 위주로 책을 선별하지도 않는다. 독자에게 꼭 추천하고픈 책들만 선별했다. 현재 전국 ‘서점친구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엠비티아이(MBTI)별 추천도서 코너는 책 고르기를 주저하는 독자들을 위한 배려다.
책방 운영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여느 소상공인과 다를 바 없이 매출이다. 매장 규모 때문에 최소한의 인원을 배치했음에도 인건비는 여전히 부담이다. 그렇지만 당장의 매출을 올리는 것에 연연하고 싶지는 않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도 명동의 새로움을 읽고, 명동에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명동 한양문고에서 만나자!’가 약속의 대명사처럼 회자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글·사진 이지수 한양문고 책방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