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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어떤 제한도 없이 막 들이대는 복합문화공간

등록 2022-04-01 04:59수정 2022-04-01 08:52

[한겨레Book] 우리 책방은요 - 청맥살롱

2021년 12월, 덜컥 기획자가 됐다. ‘취뽀’를 하긴 했는데, 회사를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하려면 한참이 걸렸다. 초보기획자 3개월차인 지금도 여전하다. 평범한 회사가 아니어서다. 우리 회사, 그러니까 문화기획사 다랑어스토리(DREStroy)는 문화기획 스토리텔링 프로젝트 그룹인데, 특히 남다른 점은 동네서점&북카페 ‘청맥살롱’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청맥살롱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1980년대 중앙대 대학가에서 금서를 구할 수 있었던 특별한 서점으로, 흑석동 주민과 함께 격변의 세월을 살아내다 2011년 운영난으로 문을 닫은 ‘청맥서점’의 인문정신을 잇고자 2018년 4월19일 혁명적으로 문을 열었다(고 대표님이 말씀하셨다). 살롱이라는 이름에는 운영자들인 문화기획자들의 정체성을 더해 지역의 문화아지트가 되고자 한다는 거대한 포부가 담겼으며, 그러한 연유로 많은 사람과 문화로 소통하고자 문학콘서트, 렉처콘서트, 밴드공연, 전시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도 말씀하셨다).

내가 느끼는 청맥살롱은 그냥… 자유롭다! 누군가 원하는 공간이 있다면 언제든 그것이 될 준비가 되어있다. 동네서점, 북카페, 공연장과 갤러리, 가볍게 맥주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펍. 흑석동 안에서 다양한 문화 코드를 전달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이곳을 처음 찾은 분들은 청맥살롱만의 자유로움에 놀라기도 한다. 정확히는 ‘제한 없음’에. 무언가를 하지 말라거나, 안 된다는 말 대신 언제든 무엇이든 하라고, 다 되니까 같이 하자고, 제발 말 걸어 달라고 들이대도 너무 들이댄다.

북카페로서 청맥살롱은 기본 음료만 주문하면 얼마든 나만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다. 세미나룸도 마찬가지. 5인 이상이기만 하면 무료로, 시간제한 없이, 구비된 물품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북카페라고 해서 꼭 조용히 책만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저녁이 되면 낭만과 여유도 만끽할 수 있다. 야외 테라스는 여럿이 함께하기도, 책과 맥주와 음악 사이에서 ‘혼맥’하기도 딱이다. 이런 자유로움이야말로 도시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여유 아닐까, 생각했다. 수많은 제한 속에서 ‘제한 없음’을 찾기란 퍽 어려운 일이니까.

청맥살롱의 ‘제한 없음’ 속에서 다양한 청년들의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작년 중앙대 캠퍼스타운 소속 창업 기업 ‘리에이크’는 이곳에서 시인 온라인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청맥살롱은 청년 공유오피스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청년들의 취·창업 포트폴리오 제작을 지원하기도 했다. 열렬한 애정으로, 삶에 열중하는 이들을 응원하며 적극적으로 공간을 내어주는 것. 그렇게 청맥살롱은 ‘살롱’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공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실 나는 청맥살롱에서 면접을 보다가 울었다. 왜 울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면접을 보고 청맥살롱 문을 나서던 내 뒷모습을 보며 대표님은 두고두고 이불킥할 에피소드 하나 생겼네, 혼잣말을 하셨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이곳에서 일하게 될 줄 몰랐다. 청맥살롱의 독자 맞춤형 북 큐레이션을 고민할 줄도 몰랐고, 북클럽 회원들에게 보낼 편지를 쓰게 될 줄도 몰랐으며, 봄이 온 테라스에 앉아 지역 청년들과 함께할 프로젝트로 오래 수다 떨게 될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면접을 보다 말고 냅다 울어버린 그 자리에서 기획 회의를 하게 될 줄은 더더욱!

나는 종종 무언가의 시작점을 가늠해보곤 하는데, 청맥살롱도 예외일 순 없었다. 청맥살롱은 언젠가 도면을 그려보고 싶을 정도로 비밀공간이 많다. 1980년대 학생들이 비밀스럽게 금서를 구해 읽던 혁명의 보금자리를 그대로 유지한 채 셀프 인테리어 되어있다(보니 인스타 갬성과는 영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 시간의 축적이야말로 청맥살롱의 자유로움이 시작되는 지점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요즘의 독자들이 이곳에서 만들어내는, 저마다의 크고 작은 이야기는 생생히 살아나 이곳의 자유로움을 더욱 활기차게 만든다.

흑석동, 중앙대 앞에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는 청맥살롱. 이곳은 2022년에도 여전할 예정이다. 누군가 원하는 공간이 있다면 언제든 그것이 되어줄 것이고, 누구에게나 ‘제한 없음’으로 응원을 건넬 것이다. 무엇보다 책의 힘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터’가 되기를 소망하며, 더 많은 이들의 삶과 책 이야기를 기다릴 것이다. (그런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왜 이렇게 동네서점을 찾는 독자들이 돌아오지 않는지… 코로나19 이후 사라진 독자분들을 청맥살롱은 간절히 기다리고 기다리고.)

글·사진 김민서 기획자

청맥살롱

서울 동작구 서달로 161-1 2층
instagram.com/seodalro161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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