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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낭만의 힘은 매우 강력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등록 2022-04-22 04:59수정 2022-04-22 13:27

[한겨레Book] 우리 책방은요 - 낭만서림

어느 날 갑자기 삶에 훅 들어온 ‘책’에 영혼이 흔들려 호기롭게 책방을 열고야 말았다. 정확히 말하면 ‘시집’ 때문이었다. 1년 반 정도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난 적이 있다. 집 밖으로 한걸음 나오기도 어려울 정도로 육체와 정신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뭐라도 붙들어야 했던 나는 류시화 시인이 엮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과 이병률 시인의 <눈사람 여관>을 읽고, 시의 강력한 힘을 알게 되었다. 시인들이 들려주는 노랫소리 덕분에 희망과 회복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많은 문장들 속에 파묻혀 많은 사람들과 책으로 연결되고 싶었다. 책방 창업기 책을 단숨에 완독하고 5개월 뒤 서울 동묘 앞 근처에 작은 문학서점을 열게 됐다.

책방 하면 무조건 망한다! 긍정적으로 말해주는 이는 없었지만 오히려 기대가 낮으면 더 힘 빼고 할 수 있을 거란 생각, 돈보다 로망을 채우겠다는 다짐이 더 커졌고, 낭만의 힘은 매우 강력한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책방 이름도 낭만서림이 되었다. 책방을 연 지 이제 3개월, 역시 모든 건 현실이었다. 내가 원하는 낭만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일주일에 세 번씩 와주신 손님, 음료수와 빵을 건네주시는 손님, 멀리 지방에서 와주신 손님, 책방 근처 또래 와인바 사장님과 비누공방 사장님의 다정함 덕분에 근근이 생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요새는 여러 모임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문장과 사람들이 뒤섞여 세상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취향을 함께 나누는 것에 대한 고찰까지. 한때는 문학, 술, 그림, 영화, 음악 등 한줄기 낭만들을 사치라고 여긴 탓에 혹독한 댓가를 톡톡히 치렀다. 하나뿐인 ‘나’는 사라지고 누군가가 원하는 ‘그들’이 되었던 때. 그저 기계처럼 돈만 벌면 되는 줄 알았던 가난한 영혼의 시절. 다행히 시집을 만나게 되면서 허기를 채우고 스스로를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 물론 앞으로가 중요하다. 책방은 분명 사업이니까. 하지만 돈 이상의 가치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과 작지만 소중한 이 공간에서 좋아하는 책과 술을 펼쳐놓고 울고 웃으며 내가 겪었던 단단하고 경이로운 시간들을 나누고 싶다. 모르지 않는가. 누군가도 나처럼 스스로 내면을 치유하고 책방을 열게 되거나 시인이 되거나 제2의 인생을 살게 될지.

현실적 낭만을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이 공간이 영감으로 가득한 장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유익한 콘텐츠와 진실된 소통은 물론이고, 그저 낭만서림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그날 하루가 꽉 채워지는 충만함까지. 사람들과 이어지고 싶다는 나의 마음만은 진심이기에 이곳에 오는 모든 분들에게 무한한 애정과 응원을 책 속에 한아름 끼워 드리겠다. 그러니 꼭 낭만서림에 오셔서 포근한 연대를 마음껏 누려보시기를.

글·사진 김선화 낭만서림 대표

낭만서림

서울시 종로구 숭인동 67-27

instagram.com/nangman_seo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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