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식물 채집가 포리 신부의 식물 선교와 생태적 미래
정홍규 지음 l 여름언덕 l 1만8000원 개나리, 미선나무, 벌개미취…. 우리에게 친근하고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한반도 고유 식물이지만 발견자는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이다. 그는 조선총독부의 도움으로 한반도에서 500종 가까운 신종을 발견해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나카이에 앞서 한반도의 식물을 세계에 알린 프랑스 선교사들이 있다. 파리 외방선교회 소속의 포리와 타케 신부가 그들이다. 제주에서 왕벚나무 자생지를 발견한 타케 신부에게 식물채집을 가르치고 구상나무를 함께 발견한 사람이 포리 신부였다. 2019년 <에밀 타케의 선물>을 펴낸 정홍규 신부가 후속작으로 세계적인 식물 채집가였던 위르뱅 포리 신부의 삶을 재조명했다. 평생 일본에서 선교사로 일한 포리는 1901·1906·1907년 등 3차례에 걸쳐 16달 동안 서울, 목포, 원산, 평양, 제주도 등 한반도 전역을 다니며 꽃 피는 식물은 물론 양치식물과 선태류, 지의류 표본을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 그가 훑은 곳은 남산 금강산 한라산은 물론 대도시 주변을 망라한다. 지은이는 그를 한마디로 “식물채집에 미친 사람”이라고 했다. 선교보다 식물채집에 몰두했고 숲속에서는 산거머리가 콧속에 자리를 잡은 것도 모를 정도로 일에 몰두했다. 일본 전역의 식물을 섭렵한 뒤 포리는 사할린, 대만, 중국, 한반도, 하와이로 채집 범위를 넓혔다. 이렇게 채집한 식물은 유럽과 미국의 식물원과 박물관으로 흘러들어 갔고 포리는 월급보다 많은 그 수익금을 선교사업에 썼다. ‘식물 십자군’ ‘식물 선교사 군단’이란 표현에서 식민지 확장과 선교, 과학적 호기심과 종자 회사의 자원 선점을 둘러싸고 얽힌 이해관계를 엿본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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