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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출판업자들의 편견이 깨지는 순간

등록 2022-05-06 10:19수정 2022-05-06 13:43

[한겨레Book]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5년 후 나에게 Q&A a day

포터 스타일 지음, 정지현 옮김 l 토네이도(2015년)

시대를 깨우는 책으로 편견 타파에 앞장서야 할 출판업계 종사자들 사이에도 몇 가지 깨뜨리기 힘든 편견이 있다. “이런 책들은 반드시 잘 팔리고, 저런 책들은 어쨌든 안 팔린다”라는 식의 생각이다. 업계 종사자들의 경험이나 통계를 통해 편견으로 자리 잡았겠지만, 한번 자리 잡은 편견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새로운 도전을 방해한다. 그런데 이런 편견이 순식간에 깨지는 순간이 있다. 압도적인 성공 사례가 등장할 때다. 대표적인 게 <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의 경우다. <미움받을 용기>가 베스트셀러가 되기 전까지 국내 편집자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대화체나 구어체로 구성된 책은 잘 안 된다”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미움받을 용기>가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출판의 역사를 갈아치우고 나자, 지금은 대화체나 구어체로 구성된 책들을 서점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출판 시장에서는 ‘다이어리북’이나 ‘저널’ 등 독자들을 일단 귀찮게 만드는 책들은 잘 팔리지 않는다는 업계의 속설이 있었다. 다이어리북이나 저널은 ‘스스로 기록하는’ 책이다. 처음 몇 권의 다이어리북이 출시되고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을 때, 대형서점에서는 이 상품을 책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논란이 있을 정도였다. 영미나 유럽 지역의 서점가에서는 중요한 시즌마다 별도의 매대를 마련하는 등 다이어리북이나 저널의 인기가 대단하다. 5월이 되면 유럽의 독자들은 ‘내가 엄마를 사랑하는 이유’, ‘할머니가 사랑스러운 이유’, ‘아들에게 하고 싶은 엄마의 말’ 등 다양한 주제의 다이어리북에 친필로 메시지를 담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건네는 것을 즐긴다.

<5년 후 나에게 Q&A a day>(토네이도)는 2015년 말에 출간된 대표적인 다이어리북이다. 보통의 다이어리북은 책을 펼치면 무엇을 기록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록을 포기하기 일쑤인데, 이 책에는 5년 후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상상하며 답변할 수 있는 365가지 질문이 담겨 있어 흥미롭게 빈 곳을 채워나갈 수 있다. 출간된 지 제법 오래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5년 후 나에게 Q&A a day>의 인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지난해 말 화려한 색감의 표지로 갈아입고 다시 독자들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5월이 시작되자마자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상위권 목록으로 치고 올라갔다. 인기 급상승의 이유는 방송 출연 때문이었다. 지난달 29일 한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 설인아 배우가 출연했는데, 잠들기 전 기타를 연주하다가 반짝거리는 Q&A 다이어리를 꺼내 뭔가를 기록하는 장면이 나왔다. 피피엘(PPL)이었던 것으로 짐작하지만 방송에 다이어리북이 워낙 자연스럽게 소개되면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최근 들어 책의 가치와 의미가 달라지고, 오픈마켓의 공격적인 시장 확대 전략으로 유통 경로가 다양해지는 등 출판 시장에 혁명적인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5년 후 나에게 Q&A a day>는 기존 서점뿐 아니라 한 인터넷 물류업체에서도 ‘로켓 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다. 10% 기본 할인은 물론이고, 특별 제작된 리본 선물상자 안에 담긴 상태로 책이 도착한다. 업계의 편견을 깨트린 책이 출판 유통의 변화에 힘입어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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