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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다문화가족이란 말, 불편해요”

등록 2022-06-06 05:00수정 2022-06-06 09:30

[서울 온 독립 언어학자 로버트 파우저 인터뷰]

“유권자·외국인가족과 조응 안해”
중립적인 듯한 언어에 숨겨진
사회적 맥락 찾기 관심
“영어 패권, 다양한 시각 못담아”
<한겨레>에 ‘사회의 언어’ 칼럼을 연재 중인 한국어 연구자 로버트 파우저 박사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thanks@hani.co.kr
<한겨레>에 ‘사회의 언어’ 칼럼을 연재 중인 한국어 연구자 로버트 파우저 박사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thanks@hani.co.kr

지난 3월 치러진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당선인’ 표현 중 어느 게 적절한가를 두고 일부 국어학자들 사이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 독립 언어학자 로버트 파우저(61)는 <한겨레> 연재칼럼 ‘사회의 언어’, ‘‘당선자’를 다시 만나고 싶다’(3월24일치)라는 제목의 글에서 ‘당선인’이 얼마나 억지스러운 표현인지 논리적 근거를 대며 명쾌하게 정리했다. 정작 이 문제의 당사자인 언론 대부분은 고민이나 토론도 없이 ‘당선인’에 손쉽게 투항했지만 말이다.

한국인보다 더 섬세한 한국어에 대한 감각을 한국어로 써온 로버트 파우저가 지난달 한국에 왔다. 2014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퇴직한 뒤 미국으로 돌아가 독립학자로 연구하면서도 해마다 몇달씩 한국 생활을 해왔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길이 막힌 뒤 3년 만의 방한이다. 그사이 신간 <외국어 학습담>(2021)이 나와 전작 <외국어 전파담>(2018)만큼 독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북토크 등으로 분주하게 전국을 다니고 있는 파우저 박사를 지난달 23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물론 인터뷰도 유창한 한국어로 진행됐다.

“한국에서 ‘당선자’ ‘당선인’ 논쟁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개표 중계방송을 보고 있는데 방송 뉴스에서 나오는 ‘당선인’의 어감이 이상하더군요. 이 불편한 어감에서 시작된 칼럼이었죠. 유권자에 조응하는 게 당선자인데 당선인이라는 표현은 이질감이 느껴지죠. 유권인이라고는 하지 않잖아요?”

‘사회의 언어’를 연재 중인 한국어 연구자 로버트 파우저 박사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lt;한겨레&gt;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thanks@hani.co.kr
‘사회의 언어’를 연재 중인 한국어 연구자 로버트 파우저 박사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thanks@hani.co.kr

한국어와 영어를 막론하고 일견 중립적으로 보이는 언어에 숨겨진 사회적 맥락을 찾는 것은 그의 중요한 연구과제 중 하나다. 이를테면 보편적으로 쓰이는 ‘다문화 가족’도 맥락을 숨긴 단어다. “다문화 가족이라고 하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온 며느리를 떠올리죠. (미국에서 온) 제가 한국인과 결혼해 살면 외국인 가족이라고 표현해요. ‘다문화’라는 말에 전세계의 모든 문화가 평등하게 들어가 있지 않죠. 마찬가지로 저는 ‘강남좌파’라는 표현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의 모국어이면서 세계 언어의 패권을 쥐고 있는 영어 중심주의도 그가 놓지 않고 있는 주제다. 그는 영어 중심주의에 두가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영어가 많이 쓰여서 유용한 점도 있죠. 만약 한국의 팬데믹 대응이나 방역에 대한 영어 뉴스가 더 많이 나왔다면 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고 또 배울 점도 많았을 거예요. 반면 영어 패권으로 인해 세계인의 시야가 좁아지는 측면이 크죠. 당장 한국에서도 외신을 인용할 때 <뉴욕 타임스> 같은 영어권 주요 매체들이 많이 등장하잖아요. 다양한 세계의 다양한 시각이 들어가기 힘들죠. 특히 영어권 뉴스를 진리처럼 받아들이는 건 문제예요.”

‘사회의 언어’를 연재 중인 한국어 연구자 로버트 파우저 박사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lt;한겨레&gt;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thanks@hani.co.kr
‘사회의 언어’를 연재 중인 한국어 연구자 로버트 파우저 박사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thanks@hani.co.kr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오랫동안 학계에 머물렀던 그는 한국과 일본의 영어교육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한국도 일본도 초등학교 때는 실생활 중심의 영어를 배우다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입시를 목표로 한 문법 중심 영어교육을 받습니다. 물론 문법 교육도 필요하지만 학생들이 시험 외에는 써먹을 데가 없다는 게 문제예요. 수업 시간에 들은 설명을 활용할 수 있는 활동이 병행되어야 교육 효과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교육계가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마지막으로 <외국어 학습담> 북토크에 갈 때마다 자주 듣는 질문, ‘어떻게 하면 외국어를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답했다. “왜 공부하고 싶은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막연히 그냥 잘하고 싶다고 해서는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아요. 여행을 가겠다, 또는 그 나라의 요리를 배우고 싶다 등 ‘목표를 좁히라’고 말씀드립니다. 목표가 뚜렷하면 나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학습 효과도 올라가게 됩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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