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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우리는 다 다르고,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어요

등록 2022-06-10 05:00수정 2022-06-10 10:50

우리 책방은요│다다르다
텍스트가 힘을 잃는 시대.
텍스트가 힘을 잃는 시대.

텍스트가 힘을 잃은 시대

텍스트가 힘을 잃은 시대다. 새로운 세대는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 더 이상 포털 사이트를 켜지 않는다. 유튜브를 켜고 검색어를 입력한다. 눈으로 이미지를 인식하고 귀로 듣는 시대다. 나열된 문자를 곱씹으며 사유하는 시대가 저물어간다.

자신의 언어를 잃어가는 시대

말하는 이만 넘쳐나고 듣는 이가 없는 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를 갖기보다 다른 이의 언어를 빌리는 쉬운 길을 택한다. 타인의 언어를 듣고 마치 제 것인 양 말하는 시대. 자신만의 언어로 체화하지 못하는 시대. 인류가 망할 때까지 책과 언어는 존재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어떤 책'과 ‘어떤 말'이 존재할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김애란 작가의 <침묵의 미래>는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다. 전쟁이라는 약육강식의 논리, 팬데믹이란 질병의 도래, 출산율 저하, 식량 부족 등 다양한 문제로 사용하는 언어 자체를 잃는 종족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자신의 언어를 내뱉지 못하는 시대. 한편에서는 자신의 언어를 지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시대. 여러모로 자신의 언어를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도래했다.

서점 다다르다의 풍경.
서점 다다르다의 풍경.

서점원의 일상.
서점원의 일상.

이런 시대에 서점을 운영한다는 것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묻는 이에게 “서점을 운영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대답을 들은 뒤의 반응은 각기 다르다. 서점으로 먹고살 수 있는지 묻는 현실주의자부터 자신도 나중에 서점을 하고 싶다는 예찬론자까지.

“우리는 다 다다르고,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어요.”(We are all different, so we can reach each other.)

다다르다의 슬로건이자 지향점이다. 서점 이름에는 ‘다르다’(differ)와 ‘도달하다’(Reach)의 이중적 의미가 담겨 있다. 책은 누군가의 목소리고, 서점은 다양한 목소리가 모인 광장이다. 서점원은 진정한 목소리를 알려주는 안내자다. 동시에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매개자다. 서점원 라가찌와 나는 독자들이 진정한 텍스트 힘을 발견할 수 있도록, 자신의 언어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일한 만큼 돈도 벌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 우리 역시 코로나19라는 팬데믹으로 아찔한 순간을 보냈다. 응원해주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을 지키며 서점을 운영하기 위해, 매일 치열하게 의논하고 실행하고 있다.

영수증 서점일기.
영수증 서점일기.

월간 다다르다 포스터.
월간 다다르다 포스터.

다다른 북클럽 포스터.
다다른 북클럽 포스터.

영수증 일기부터 북클럽, 북토크까지

서점 다다르다의 시그니처는 단연 ‘영수증 서점일기'다. 계산 증빙이라는 기능을 다하면 쓸모없다 여기는 종이. 라가찌의 제안으로 2017년부터 독자들과 소통하는 매개체로 영수증을 사용하고 있다. 가로 8㎝의 얇은 감열 용지에는 서점 일상, 책 속의 텍스트, ‘다다른 북클럽’, ‘다다른 북토크’ 등 다다르다의 일상이 뜨겁게 담긴다. 세로 길이는 마음 크기에 비례한다. 고마움과 배움의 순간을 빼곡히 담겨 인쇄되기도, 가혹한 현실이 꼬리를 물 때도 있다. 영수증 서점일기는 한 달에 두세 편 정도 발행하고 있다. 단골 독자분들 중에는 서점 일기를 모으는 분들도 많다.

독서 모임은 두 가지로 병행하고 있다. 서점원과 한 달에 한 권, 같은 책을 읽고 함께 나누는 '월간 다다르다'와 시즌별 한 가지 주제가 있는 커뮤니티 독서 모임 '다다른 북클럽’이다. 여러 질문을 던진다. 답을 찾는 한 사람의 태도가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작가와 독자를 직접 연결하는 북토크도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는 ‘해피버스데이 북토크’를 시도한다. 독립 서점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봤다. 이름 그대로 책의 출간일을 기념하는 생일 기념 북토크. 대부분 책의 시작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작가 김혼비와 함께한 다다른 북토크.
작가 김혼비와 함께한 다다른 북토크.

함께 가꾸는 서점.
함께 가꾸는 서점.

독자들과 함께 가꾸는 서점을 꿈꾸며

다다르다는 독자들과 함께 자라는 서점으로 존재하고 싶다. 책을 통해 서로 더 넓어지고 깊어지는 순간을 함께 만끽하면 좋겠다. 다름이 틀림이 아니고, 틀림은 다름이 아님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서점이면 좋겠다. 이곳에서 세상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깨닫고,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다 다르고,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기에.

대전/글·사진 박은영 다다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다르다

대전광역시 중구 은행선화동 중교로73번길 6 2층
https://www.instagram.com/differ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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