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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작은 관계의 공동체를 꿈꾼다!

등록 2022-07-08 05:00수정 2022-07-08 10:17

우리 책방은요│우분투북스

우분투북스 내부 전경.
우분투북스 내부 전경.

코로나로 자영업이 위기이며 많은 소상공인들이 문을 닫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책방이 코로나의 늪을 건너온 건 마치 ‘한강의 기적(?)’과 같은 일이다. 솔직히 말하면 책방을 열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숨을 고르듯 책을 고르며 하루하루 문을 여는 일에 의미를 둔 탓에 어느 정도의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남들 다 받는다는 소상공인 지원금도 비껴가는 업종인데,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게 오늘날 우분투북스 앞에 놓인 현실이며 동네책방의 현주소이다.

몰랐던 건 아니다. 그런데 겪어보니 실감이 났다. 그렇다고 시간이 약인 것도 아니다. 이쯤 되면 계산이 빠른 이들의 판단으로는 접어야 현명하다. 그런데도 책방을 유지하는 건 허세일 수도 있다. 그런 허세라도 부릴 수 있기까지 5년이 걸렸다. 아니 5년을 견디었다고 해야 맞을 듯하다. 지나고 보니 5년을 허송세월한 것만은 아니다. 그 사이 책방은 꽤 알려졌고 책방에 대한 애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손님들도 늘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거’라면 나름 성공했다고 위안 삼을 정도는 된다. 책방을 연 덕분에 방송도 타고, 신문에도 나왔으니 이 또한 손익계산서상 이익 여부로만 판단할 수 없는 정성적 지표를 얻은 셈이다.

차와 홍차 주제의 책들이 진열된 우분투북스 테마서가.
차와 홍차 주제의 책들이 진열된 우분투북스 테마서가.

우분투북스 ‘블라인드데이트북’.
우분투북스 ‘블라인드데이트북’.

우분투북스가 지금의 자리에 문을 연 건 2016년 8월13일. 한 달 남짓이 지나면 6년을 꽉 채운 시간을 맞는다. 책방을 시작한 건 우연이지만 책방에는 책방지기가 살아온 시간이 온전히 담겼다. 음식 전문 잡지사 기자, 건강 전문 출판사 편집장, 사회적기업인 도서관재단을 거쳐온 한 개인의 삶이 음식, 건강, 자연을 테마로 한 책방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건강한 먹거리와 책으로 도시와 농촌을 잇는다’는 공동체 정신을 잘 담은 이름을 찾다 보니 아프리카 반투어인 ‘우분투’가 떠올랐고 자연스럽게 책방의 상호가 됐다. 책방의 서가는 먹거리와 건강, 자연을 주제로 한 책들이 70%, 인문학과 예술, 과학 분야의 책이 20%를 차지한다. 여기에 대전지역의 작가와 출판사들의 책과 지역 문화, 공동체를 주제로 한 책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로컬 책장과 책방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 매달 주제를 정해 운영하는 테마 서가로 남은 10%의 책들이 채워진다.

우분투북스의 로컬책장.
우분투북스의 로컬책장.

책방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이 책을 고르는 일이다. 책방의 본질인 책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책을 고르는 첫 번째 원칙은 책방의 주제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며 동시에 책과 독자를 연결해보는 일이다. 책방을 찾는 독자들의 관심과 취향을 고려해야 독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별한 책은 해당 주제를 담은 책장에 놓이며, 책방을 자주 찾는 독자는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가 담긴 책장에서 책방지기가 선정한 책을 자연스럽게 만난다. 정원에 관심 있는 독자를 위한 책장, 요리에 관심 있는 독자를 위한 책장, 읽고 쓰는 일에 관심이 있는 독자를 위한 책장이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이유다.

농산물 관련 책들을 소개하는 우분투북스 책장.
농산물 관련 책들을 소개하는 우분투북스 책장.

우분투북스의 북토크 모습.
우분투북스의 북토크 모습.

우분투북스는 행사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책방을 열고 매년 4회 정도 저자초청 북토크와 주 1회 정도의 독서모임을 이어왔다. 여기에 책방의 모토인 도시와 농촌을 연계한 로컬 장터 방문이 1년에 두 차례 정도 진행되었다. 그마저도 코로나로 한동안 멈추었다. 7월에 저자초청 북토크를 시작으로 다시 행사를 시작하려고 한다. 할 수 있는 만큼만 더디더라도 ‘작은 관계’를 꾸준하게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책방을 운영하다 보니 책방에 깊은 애정을 가진 독자들과 지속적으로 연결을 해가고 있다. 책방을 열고 2년 차에 시작한 ‘책 정기구독’도 매달 30명으로 제한해 운영한다. 개인 맞춤형으로 일일이 책을 고르고 손편지를 적어 보내는 방식으로 하다 보니 최대한 할 수 있는 인원이 그 정도다. 한 번 구독을 시작하신 분들이 최소 3년 정도는 구독을 유지한다. 작지만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다 보니 오래된 독자분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나누는 관계로 발전했다.

맑은 날도 흐린 날도 삶을 구성하는 한 요소이듯 손님이 있는 날도 손님이 없는 날도 온전히 책방의 시간을 구성하는 요소다. 무수히 많은 책방이 그런 날들을 견디며 오늘을 살아내고 살아간다. 공간으로서 책방은 사라질 수 있지만 장소로서 책방은 공간이 사라진 이후에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이 별에서 책방 하나 운영한 덕에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숨을 고르듯 책을 고르며 책방을 지킨다.

글·사진 이용주 우분투북스 대표

우분투북스

대전시 유성구 어은로 51번길 53

www.instagram.com/ubuntu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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