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책&생각] ‘오은영 신드롬’, 좋은 세상 위해 필요하지만 충분하진 않은

등록 2022-07-29 05:00수정 2022-07-29 17:27

<육퇴한 밤> ‘오은영 박사’ 인터뷰편 영상 화면 갈무리.
<육퇴한 밤> ‘오은영 박사’ 인터뷰편 영상 화면 갈무리.

오은영 박사가 전하는 금쪽이들의 진짜 마음속
오은영 지음 l 오은라이프사이언스(2022)

요즘 ‘틀면 나온다’고 해서 ‘방송가의 수도꼭지’라고 불리는 유명인들이 있다. 요식업 전문가 백종원, 반려동물 전문가 강형욱, 그리고 상담 심리 전문가 오은영이다. ‘대한민국의 3대 선생님’으로 불리는 이들은 방송가를 종횡무진 누비며 활약하고 있다. 맛집, 반려동물 그리고 심리상담이 최근 대중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리는 분야다 보니 당연히 그곳으로 돈도 몰리고 있다. 3대 선생님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하는 이는 오은영 박사다. 오은영 박사는 ‘육아의 신’ ‘국민 멘토’라는 호칭에 걸맞게 다수의 방송 출연을 통해 병들고 지친 대한민국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있다.

서점가에서도 오은영 박사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코리아닷컴),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김영사), <오은영의 화해>(코리아닷컴),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김영사), 그리고 가장 최근 출간된 <오은영 박사가 전하는 금쪽이들의 진짜 마음속>(오은라이프사이언스)에 이르기까지, 오은영 박사의 책들 대부분이 주요 서점 육아 및 자녀교육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가 있다. 오은영 박사를 섭외하기 위한 주요 출판사 사이의 치열한 각축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런 상황 가운데 속 시원한 해결사 역할을 해주고 있는 오은영 박사의 상담은 신드롬을 일으킬 만하다. 오은영 박사는 폭력적인 부모와 무기력한 아이 사이의 믿을 만한 중재자가 되어주고, 그를 통해 가정의 평화를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하지만 ‘오은영 신드롬’은 마냥 반기기만 할 현상은 아니다. 오은영 박사가 각 가정과 개인에 초점을 맞춰 문제점을 찾아내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동안, 자녀 세대를 괴물로 만들고 있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 예컨대 승자독식사회, 학력중시사회, 교육의 양극화, 무너진 공교육 등은 수면 아래로 숨어버린다. 오은영 박사의 개인적 처방에 감탄하는 사이, 사회공동체가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구조적 문제들은 교묘하게 은폐되고 있다.

‘국민 멘토’라는 호칭이 말해주듯 오은영 박사를 향한 우리 사회의 기대는 정말 대단하다. 그의 말과 행동에 수많은 사람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오은영 박사의 몇몇 행보들은 의아함을 남긴다. 한 상업 광고에 등장해 어린이를 위한 영어 학습 프로그램을 자신 있게 소개하는가 하면, 지금껏 자신의 책을 내던 출판사들이 아닌 ‘오은라이프사이언스’에서 책을 출간했다. <…금쪽이들의 진짜 마음속>을 출간한 오은라이프사이언스는 피부과 의사인 남편과 오은영 박사가 함께 설립한 회사로, 사실상 오은영 박사가 직접 출판까지 시작한 셈이다.

게다가 <…금쪽이들의 진짜 마음속>은 신간이 아니라, 2012년 출간됐다가 절판된 <아이의 스트레스>의 개정증보판이다. 출판사가 개정판을 출간할 때는 책 표지나 띠지에 개정판임을 표시해 독자들의 혼선을 방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금쪽이들의 진짜 마음속> 표지 어디에서도 이런 배려를 찾아볼 수가 없다. 서문에서 개정판이라는 점이 언급되지만, 저자 이름과 제목, 표지만 보고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매한 독자들로서는 당황스러울 법하다. 이름만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오은영 박사. 그가 앞으로 보일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홍순철/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교보문고에 ‘한강 책’ 반품하는 동네서점 “주문 안 받을 땐 언제고…” 1.

교보문고에 ‘한강 책’ 반품하는 동네서점 “주문 안 받을 땐 언제고…”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2.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김수미 추모하며…‘일용 엄니’ 다시 방송에서 만납니다 3.

김수미 추모하며…‘일용 엄니’ 다시 방송에서 만납니다

하이브 내부 문건 파장…미성년자에 “섹스어필” “놀랄 만큼 못생김” 4.

하이브 내부 문건 파장…미성년자에 “섹스어필” “놀랄 만큼 못생김”

[영상] 배우 김수미 “다들 건강하시고 또 만나요” 마지막 인사 될 줄은… 5.

[영상] 배우 김수미 “다들 건강하시고 또 만나요” 마지막 인사 될 줄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